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
이정섭 지음, 최진영 그림 / 허밍버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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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글쓴이: 이정섭

펴낸 곳: 허밍버드

 

'예민하고 소심해서 세상이 벅찬 인간 개복치의 생존 에세이'라...

개복치가 뭐지? 내가 아는 그 물고기인가?

궁금하면 바로 찾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검색창에서 급히 '개복치'를 검색한다.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 그 못생기고 특이한 생선... 아니 물고기가 맞군!

근데, 이 녀석이 그토록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쉽게 죽는 줄은 몰랐다.

마음 약하고 나서기 싫어하는 작가가 자신을 인간 개복치라 칭하며 스트레스 넘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소소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음... 일단 간질간질한 사랑 에세이가 아닌 생활 밀착 에세이라 뭔가 특별하겠구나 싶었다. 잠시 신문기자였다가 지금은 마케터로 고군분투하며 브런치에 '주간 개복치'란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는 이정섭 작가. 글로 먹고 살아온 인생이라 그런지 쓸 거리가 없다면서도 글을 술술 풀어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혼밥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

 

 이 책은 페이지 중간중간 일러스트도 담겨 있지만, 여느 에세이와 달리 읽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책은 분명 얇고 작은데, 펼쳐보면 그 안에 있는 글씨도 작고 자간도 좁다. 그러니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을 수밖에! 삶의 미묘한 결이 묻어 있는 에세이나 마음속에 뭔가 뭉클한 덩어리가 남는 글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영화, 책, 지인, 취업 시절, 할머니, 사랑하는 아내 등등 자신이 소중히 여기거나, 힘들어서, 때론 좋아서 특별히 기억에 남은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스트레스받아 잘 죽는다는 개복치 생존율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어느새 코알라는 20시간 수면하는 걸 아느냐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이 에세이. 이야기의 주제가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가 없다. 게다가 너무 솔직하고 현실적임! 자신을 예민하고 생각 많은 개복치라고 표현한 작가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존 앞에서 그 소심함은 어느 정도의 용기로 진화한 것 같다. 만우절 깜짝 거짓말로 사귀게 된 여자 친구가 지금은 모시고 사는 와이프가 된 사연도 재밌고, 소심한 사람이 난감한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경험담도 나름 꿀팁. 근데 읽고 나니까 남는 게 없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나쁜 의미의 남는 게 없다는 게 아니라... 이정섭 작가는 여느 에세이가 목메는 어떤 '교훈'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그저, 소심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묵묵하고 뚝심 있게 글로 적어 독자에게 '읽어볼래?'라며 툭 내미는 느낌이랄까?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털어 넣으며 '나 요즘 이렇게 산다'라고 대학 선배가 알려주는 근황 같은 에세이였다. 그만큼 친근하면서 위화감 없는 생활 밀착형 글이란 말씀. 힘내라는 응원도 싫고, 가르치려 드는 교훈도 싫고, 온 세상이 핑크빛인 사랑 얘기도 싫고, 울고 짜는 이별 얘기도 싫고,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을 책! 한 호흡에 읽기보다는 몇 꼭지씩 끊어 읽어야 글맛이 더 사는 듯하니, 혼밥하며 맛있게 야금야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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