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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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좋았다, 그치?

 : 이지은

 그림: 이이영

 펴낸 곳: 시드앤피드 / 쌤앤파커스


 영어 시험에서 시제를 자주 틀리는 아이들. 영작할 때도 시제 실수는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한글 문장에서 쌍시옷이 들어가면 과거'라고. 먹었다, 잤다, 다녀왔다, 속상했다 등등 살면서 수많은 과거 시제를 만나지만... 오늘 읽은 책에서 만난 쌍시옷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참 좋았다, 그치?」. '좋았다'란 글귀에 지나간 사랑의 아련함과 이미 끝나버린 관계에 대한 서러움, 애석함이 담겼다는 걸 알기에... 그저 나직하게 소리 내 읽었을 뿐인데도 가슴 한구석이 시큰시큰.



 

"소리 내면 유난이 되어버릴까

숨죽여 울음을 삼켜야 했던 날들


그렇게 서러운 것이었다, 이별은." -p71



 

 너와 나, 닮아가는 우리가 마냥 좋았건만 어느덧 찾아온 이별. 이젠 내게 남은 너의 모습을 지워야 하지만, 지워지긴 하는지 이러다 나조차 사라져버리는 건 아닌지 그저 두렵고 막막할 뿐 방법을 모르겠다. 혼자 휘청이지 않고 걷는 법 따위가 있기는 한지. 괜찮을 거다, 괜찮아야 한다. 퍽 사랑했었구나,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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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라서 좋고, 꼭 너여야만 했고, 너라서 가능했던 우리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온 이별. '내'가 아닌 '우리'였기에 찬란했던 그 순간을 지나 홀로 남은 '나'를 인정하기까지 때론 울고 원망하며 결국엔 미안해지고 보고 싶은 그 사람을 보내야 했던 시간. 청춘이기에 더 아름답고 간절했던 그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세월이 약이란 말이 정답인지라, 그 시절 죽을 만큼 아팠던 이별도 이젠 흐릿한 추억이 된 지금. 『참 좋았다, 그치」에 실린 문장 하나, 그림 하나가 딱딱한 가슴으로 파고들어 해묵은 감성을 톡톡 두드린다. 꽉 찰 만큼 차올라 툭 터지는 꽃망울처럼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무섭게 밀려드는 사랑과 이별의 추억. 사랑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예쁜 그림과 이별 앞에 무너져내리는 절절한 마음을 감칠맛 나게 표현한 글 덕분에 오늘 문득 오래전 그 사람을 떠올려본다. C야, 잘 지내고 있니?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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