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돌팔이 의사

지은이: 포프 브록

옮긴이: 조은아

펴낸 곳: 소담 출판사


 각종 사기가 난무했던 20세기 미국. 의료 면허가 딱히 의미 없던 그 시절, 의료 사기는 단연 으뜸가는 돈벌이였다. 배탈을 일으키는 엉터리 약을 파는 건 애교 수준. 메스로 살을 가르고 말도 안 되는 의료 행위를 자행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돌팔이 의사 중에서도 최고이자 최악인 '존 R. 브링클리'의 충격 실화를 만났다. 이건 뭐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돌팔이와는 차원이 다른데... 정력을 잃은 남성을 상대로 기이한 시술을 하며 엄청난 부를 누렸던 그의 이야기는 실로 놀라워 도무지 믿기 힘들 정도였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제겐 숫염소 불알이 없습니다" - p50.



 이 엄청난 사기극의 시작은 한 농부와의 만남이었다. 정력이 바닥나서 구멍 난 타이어 같다며 한탄하던 농부는 왕성하게 교미하는 숫염소의 정력에 집중하게 된다. 돌팔이 외과 의사 브링클리는 난감해 하며 거절했지만, 농부의 완고한 주장에 결국 메스를 잡는다. 조그만 은색 쟁반에 성체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는 염소 고환 두 개. 수술을 채 15분도 걸리지 않았고 농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 그로부터 2주 후, 회춘한 농부가 기쁨에 넘쳐 의기양양하게 나타났고 이렇게 해서 염소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맙소사, 정말 성공? 연거푸 시험해본 수술이 성공하며 이제 이 염소 고환 이식술은 기적 같은 회춘술로 미국 전역을 뒤흔들며 브링클리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승승장구하는 브링클리는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맺으며 주지사 출마로 정계에 발을 들이려는 시도까지 하는데... 이 타고난 장사꾼을 주시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의료 사기 사냥꾼 모리스 피시바인!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격전 덕분에 소설은 한층 재밌어진다. 이번엔 정말 끝장일 것 같은 순간에도 탁월한 잔꾀와 처세술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브링클리를 보며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긴 정말 싫지만 '천재'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사람 정말 뭐지?



 "그가 가진 재능을 조금만 더 정직하게, 조금만 더 똑똑하게 사용했더라면...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p403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광고에 주목하며 직접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선거 유세 트럭을 최초로 도입했으며 녹음한 방송을 내보내는 사전 녹음 시대를 열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녔던 위험한 사기꾼 존 R. 브링클리.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준 염소 고환 이식술이 아닌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그 재능을 활용했더라면 혹시 미국 역대 대통령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예나 지금이나 정력을 목숨처럼 아끼는 남자들과 어쩌면 순수했기에 이렇게까지 속을 수 있었던 그 시절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독특하면서도 한 편으론 허탈했던 시간. 어쩜 그렇게까지 속아 넘어갈 수 있담?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란 소식을 듣고 기이한 행각을 벌이는 브링클리에 맷 데이먼을 오버랩하며 한참을 푹 빠져 읽은 소설, 『돌팔이 의사』. 돌팔이 중에서도 최고의 돌팔이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