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지은이: 이미선
펴낸 곳: 믹스커피
빠르면 5시, 그래도 괜찮은 편인 6시, 조금 늦은 감이 있는 7시, 화딱지 나는 8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집에서 가족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퇴근 시간! 그런데, 절대 퇴근의 '퇴'자도 꺼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이 키우는 엄마들. 아이 재우고 홀로 누릴 수 있는 짧디짧은 행복한 순간을 '육퇴'라고 부르며 잠시라도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대한민국 엄마들은 버티고 버티다가 5분도 안 돼서 스르르 잠들어 버린다. 아이가 뒤척이니 깊이 잘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면 일찍 잠들어서 억울하고 몸이 찌뿌둥해 괴롭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육아 전쟁에 한숨 쉬는 무한 반복 루트!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육아의 세계. 그런데 육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독박육아' 상황이라면? 휴, 이건 뭐 답이 없다. 그래서 RPG 게임으로
따지면 만렙 수준인 독박육아 8년 차 이미선 주부의 책,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를 만난 순간 일종의 존경심과 전우애에 절로 예우를
갖추게 되더라는! 사업하는 남편 뒷바라지와 기운 넘치는 아들딸 남매의 육아를 홀로 전담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 뻔히 아는 내용이지만 읽을수록
격하게 공감하고, 넋두리처럼 투덜투덜 늘어놓는 투정이지만 독자를(특히 육아맘을) 쏙 끌어당길 정도로
재밌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이었는지, 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육아맘 특히
'독박육아'라는 표현에 관해 전혀 이해 못 하는 육아 무식자의 댓글에 관한 '썰'을 본 적이 있다. '집에서 애 보는 게 일인 사람들이 왜
독박, 독박하는 거죠? 그럼 나가서 돈을 버시든지!'. 누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고 하는데 ㅎㅎㅎ 아놔, 이 쏴람이 정말! 무식한 말씀 하시네.
이런 경우엔 어떻게 '독박육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는데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에 명쾌한 해답이 실려있다.
남편은 생활비를 책임지고 아내는 집안일을 도맡은 경우, 가사는 아내 몫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육아는 공동 책임이란 점! 실로 명쾌하다. 그렇다.
가사와 육아는 별개의 문제니까. 하루에도 수십 번 끓어오르는 상황을 꾹꾹 참다가 결국 폭발한 순간 아이에게 화를 내고 돌아서면 눈물짓고
후회하지만, 이건 나긋하게 조곤조곤 넘어갈 수 있는 나날이 아님을 진심으로 이해한다. 나 역시 하루에도 열두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니까. 이런 육아맘의 고충을 어떠한 핑크빛 필터링도 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낸 글이라 울고 웃으며 끝까지 한 호흡에 읽게
된다. '토닥토닥. 고생했어요'라는 그녀와 나를 위한 위로와
함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육아의 강도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엄마'라는 존재는 마음 편히 쉬기
힘든 팔자다. 다 커서 장성한 자식도 어리게만 보이는 엄마 마음인데 어린 자식을 대할 때는 어떻겠는가. 이 책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는
육아 비법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 에세이가 아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현실 그 자체를 야무지고 맛깔나게 글로 담아낸
육아맘 생존기랄까? 어떤 가식과 꾸밈도 없이 마음껏 투덜대며 토로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보통 사람만 지닐 수 있는 따스한 인간미가 철철
넘쳐흐른다. 잠시 짬을 내어 책장을 넘기며 또 다른 나를 만났던 시간. 유쾌, 상쾌, 통쾌라고 하기에는 답을 낼 수 없는 육아이기에 서로의
고충에 귀 기울이며 이해받는 느낌만으로도 상당한 위로가 되었다. 육아에 지쳐 우울하고 힘든, 세상 모든 육아맘께 이 책을 추천! 우리도 엄마이기
이전에 사랑받는 딸이었고 여자였단 걸 잊지 맙시다! 밥풀 묻은 옷과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오늘이 제일 예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