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1)

글쓴이: 김세희

펴낸 곳: 민음사

 

 

 친구야, 서툴지만 아름다웠던 우리의 그때 그 시절은 기억하니?

HOT, 젝스키스, GOD, 신화... 알지도 못했던 그 사람들을 마치 평생 사랑할 내 짝인 양 애태우며 눈물짓던 그 시절. 그 오빠들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도 많이 썼잖아. 오빠들 인기에 힘입어 책으로 출간된 소설도 있었지. 남녀공학이 거의 없던 그 시절, 여중과 여고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오빠들은 한 줄기 빛이었어. 그리고 짧은 커트 머리에 헐렁한 힙합 바지를 입고 축제 때면 오빠들 곡에 맞춰 멋지게 춤추는 여자애들도 인기의 대상이었지. '이반'이나 '레즈비언'이라고 부르기엔 그저 당연한 일인 듯 여겨졌던 동성 간의 만남. '누가 누구랑 사귄대'라고 수군거리면서도 색안경을 끼고 질타하기보다는 '아, 그렇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지. 500원짜리 빵을 사 먹으며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고 새로 산 형광펜을 빌려주기 싫어 망설이고 급식이 맛없으면 학교 앞 분식집으로 달려가 떡볶이를 먹으며 끊임없이 재잘댔던 우리. 친구와 연예인 오빠가 세상 전부였던 그 시절. 그때 우리가 느낀 그 감정은 뭐였을까?

 

 

 오늘 『항구의 사랑』이라는 책을 읽었어. 1987년 목포에서 태어난 작가가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소재로 지은 이야기였는데, 몇 년의 시간 차는 있지만 어쩜 우리가 보낸 그 시절과 그렇게 꼭 닮았는지! 진한 그리움과 설렘에 가슴이 벅차올라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떨릴 정도였어. 그 시절 우리가 앓았던 지독한 열병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글로 옮겼더라. 술 대신 초코우유를 들이켜며 서로의 비밀을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우리, 내 단짝이라 여겼던 친구가 다른 누군가와 친해지면 그토록 질투했던 우리, 멋진 선배나 동급생을 보면 가슴 설레며 이게 사랑인가 밤잠을 뒤척였던 우리. 지금 생각하면 이게 뭔가 을 정도로 이상하고 기묘한 그 감정이 왜 그때 그 시절엔 너무 당연하고 큰일처럼 느껴졌는지 참 신기해. 『항구의 사랑』이란 소설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중, 고등학교를 거치고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작가의 아름답고 애틋한 순간들이 담겨 있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니지만, 한순간 불장난으로 넘기기엔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과 성인이 된 후에 다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조금은 성숙한 생각이 담겨 있지.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면 우쭐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어 애태우며 진정한 친구를 원했던 외롭고 나약하지만 아름답고 풋풋한 그 모습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가슴이 찡하더라. 우리의 학창 시절 감성을 어쩜 그렇게 잘 옮겨 놓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해 주는 느낌이랄까?

 

 

 

 그 시절 우리의 오빠가 누군가의 아빠가 되고 10대 소녀였던 우리가 애 엄마가 된 지금, 빛바래지 않고 여전히 반짝이는 그 아름다운 추억을 꺼내게 해준 고마운 소설, 『항구의 도시』.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려 고군분투하는 너와 내게도 가슴 뜨거웠던 이런 시절이 있었단 걸 생각하니 배시시 웃으며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 기분이었어. 소설 속 인희가 주인공에게 이런 질문을 해.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건 다 뭐였을까?" 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하지. "그땐 다 미쳤었어". 미쳤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진심이었음을 주인공도 알지만 말이야. 친구야, 우리도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의 학창 시절 그 뜨거웠던 감정은 대체 뭐였을까? 그건 정말 사랑 아니었겠니?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시절 우리 정말 어떤 일에든 기운 넘치게 열렬했잖아. 대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러버렸는지... 오늘은 네가 참 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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