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천성호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글쓴이: 천성호

펴낸 곳: 넥세스북스


그리고자 하는 그림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

찍은 사진을 글에 옮겨놓는 사람.

수줍은 마음을 편지로 전하는 사람.


 따스하고 솔직한 문장으로 감성을 어루만지는 천성호 작가의 신작을 만났다. 가볍고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착 감기는 재질이라 엄지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쓱쓱 문지르며 표지에 실린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 커플은 서로 사랑한 지 얼마나 됐을까? 계절이 쌓일수록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혹은 '나랑 사귈래?'같은 가벼운 말로 관계를 시작하기는 점점 망설여지고, 신중하게 선택한 사랑이기에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그저 순수하고 조금은 쉽게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와 오래도록 지켜보다 마음을 열어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둘 중 어떤 게 나을까? 문장을 통해 만난 천성호 작가는 후자 쪽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에는 지금까지 켜켜이 쌓인 계절의 일부를 함께했던 혹은 지금 함께하고 있는 소중한 누군가와의 추억 그리고 평범한지만 특별한 일상에서 뻗어 나온 생각의 흔적이 담겨 있다.


 정성스럽게 박힌 한 글자, 한 문장을 따라 눈을 바삐 움직여 차곡차곡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마음에 작고 하얀 초가 하나 켜진 듯 따스함이 번진다. 사랑은 꽃처럼 시들지만 언제나 아름답고, 이별이란 접촉사고와 같다고 말하는 그. 분명 자신이 겪은 누군가와의 추억을 전하고 있건만, 가벼움이나 경솔함 없이 그저 진솔하고 신중하다. 외로움은 혼자가 된 순간에 바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는 사실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말은 정말 공감. 이별 직후엔 괜찮다가도 무언가 마음에서 뚝 끊어진 느낌이 든 순간부터 얼마나 괴로웠던가! 준비해온 선물을 발밑에 둔 채 하염없이 연인을 기다렸다는 구절에서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핑크빛 설렘에 가슴이 콩닥콩닥. 청주와 부산을 오가며 잠시 나눈 장거리 연애담에서는 나의 예전 그 사람이 떠올라 가슴이 시큰했다. 탕수육, 바나나우유, 영화, 사랑니, 달, 여행... 일상의 흔한 조각에서 시작하여 멋진 글을 완성하는 글솜씨에 취해 제대로 힐링했던 시간. 예쁜 사진과 함께 고운 글을 읽으니 그 찰나의 순간이 더없이 행복했다. 여느 에세이처럼 황홀한 사랑 찬가나 이별의 지독한 아픔 없이, 그저 담담하게 전하는 여러 계절의 추억이 더 특별하게 다가와 가슴이 뭉클뭉클.


 그리고...

나 역시 가로로 곱게 누운 사랑니를 잘게 부셔 뽑았기에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던 문장을 적어볼까 한다.

비스듬히 누운 사랑니를 잘게 부셔 뽑은 후, 그 극심한 고통으로 치과가 두려워졌다는 그가 전한 말...


'사랑도 그랬던 것 같다.

잇몸 깊숙한 곳에 박힌 사랑니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들어왔던 사랑을 뽑아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힘들게 뽑아내면 결국 몸살을 앓았고

그 후로는 어쩐지 사랑이 두렵고 조심스러웠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p90 中에서...'


 소중한 추억을 나눠주신 작가님, 고맙습니다. 요즘 어떤 계절을 보내고 계신가요? 아마 봄이 아닐지! :)

오래도록 행복한 계절 보내며 또 멋진 작품으로 돌아와 주시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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