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기발하고 독특하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제목: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지은이: 구라치 준

옮긴이: 김윤수

펴낸 곳: 작가정신

 자고 나면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사건 사고가 고개를 삐죽 내미는 세상. 워낙 황당한 일이 많은지라 뭐 더는 놀랄 게 있냐 싶었지만, 맙소사! 작가정신에서 새롭게 출간된 따뜬따끈한 신간에 제대로 한방 맞았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라는데... '설마, 우리가 먹는 그 두부? Tofu? 정말 그거?', '꽁꽁 얼려서 높디높은 곳에서 던지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까?' 이건 뭐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표지에 실린 실감 나는 밤송이머리와 낭자한 선혈을 문질 문질 만져 보며 비 맞은 스님처럼 중얼중얼. 그래. 아무리 봐도 그 두부가 맞다. 대체, 왜, 어떻게 두부에 맞아 죽었단 말인가!

 '미스터리계의 교과서'로 불린다는 작가, 구라치 준.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그의 단편집으로 총 6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차별 살인을 계획된 연쇄 살인으로 위장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들이 등장하는 <ABC 살인>. 짧은 소설이었음에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손에 땀을 쥐며 빠져들었다. 가해자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채 오싹하게 마무리. 사람 팔자 언제 낙동강 오리알 될지 모른다는 메시지가 담긴 <사내 편애>도 특이하고 재밌었다. 앞에 실린 2개의 이야기가 경쾌하고 톡톡 튀어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슬슬 기괴하고 독특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도 입술을 꾹 오므린 꽃봉오리에서 꽃잎이 툭 터지듯 따스한 감동도 스쳐 지나간다. 워낙 순식간이라 그대로 보내기가 아쉬워서 적어보자면...

"고양이 눈에는 마음 아픈 사람이 다 보인단다.

그래서 위로해주려고 하지.

그래서 고양이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거란다.

<p152, 밤을 보는 고양이 中에서...>"

 사실 제일 기대했던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너무 특이해서 좀 (재미가 없...) 복잡하고 머리가 핑글핑글 돌았다. 군대가 배경이어서인지, 복잡한 과학적 지식이 동반돼서 인지... '문과라서 죄송한'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책을 덮으며 강하게 남은 인상은 구라치 준, 이 작가 참 독특하고 특이하다는 점. 그 상상력의 끝이 어딘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를 술술 뽑아낸다. 가슴 뭉클했다가 경악했다가 어지러웠다가 푹 빠져 읽을 정도로 재밌었다가... 천일야화 남성 편이 있었다면 이 작가는 단연 천 개가 넘는 이야기를 뽑아내며 목숨을 건졌을 거다. 고민이로다! 이 독특한 정신세계를 한 번 더 경험해볼 것인지, 아니면 다시 만나기 싫은 예전 남자 친구처럼 추억에 묻어버릴지 조금 고민해봐야겠다. 대표작은 한번 읽어보고 싶기도...? 패러디, 바카미스(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트릭을 사용하는 미스터리), SF, 코믹, 스릴러를 아우르는 작가, 구라치 준의 입담이 궁금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