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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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염원

글쓴이: 시즈쿠이 슈스케

 옮긴이: 이연승

 펴낸 곳: 블루홀6

 

 

 

 자, 모두 잘 들어보시길!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다.

전화 한 통 없이 외박한 녀석은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를 끝으로 연락 두절 상태.

아들이니 그러려니 해보지만, 걱정과 불안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진다.

시멘트 블록 위에 세워져 있던 차량 트렁크에서 고교생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조사 결과 아들의 친구였다고 밝혀진 것!

차량에서 두 사람이 도망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확보되었지만 이런, 숫자가 맞지 않는다.

차에서 도망친 사람은 두 명

하지만 행방불명된 사람은 세 명.

그럼 내 아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녀석이 살아 있다면 살인 사건의 가해자, 죽었다면 희생자가 되는 상황.

어떤 단서도 알아내지 못한 채 가족은 각자 다른 상황을 염원하며 지옥같이 끔찍한 일주일은 보내게 되는데...

 

과연 여러분이라면 어떤 상황을 염원하겠는가?

 

 

 

 

 

 

 

 

 

 

 

 애정하는 출판사 블루홀6에서 출간한 시즈쿠이 슈스케의 장편 소설 『염원』. 사실 이렇게 인덱스까지 붙여가며 열심히 읽을 책은 아니었지만, 워낙 좋아하는 출판사이기도 하고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어느 때보다 집중하며 읽었다.

 

 건축 디자이너인 아버지 가즈토, 프리랜서 교정자인 어머니 기요미,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둔 고1 아들 다다시와 사립고교 진학을 꿈꾸는 중3 모범생 딸 미야비. 가즈토가 직접 디자인한 멋진 집에 사는 이 가족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제법 뜸을 들이며 가족의 일상을 그려내던 이야기는 아들 다다시가 실종되며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 단순 외박이라 여겼던 실종 첫날부터 마침내 다다시가 부모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딱 일주일.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는 상황 속에 가족은 갈팡질팡하며 괴로워한다.

 

 생각해보자. 아들이 살아 있다면 살인자, 죽었다면 희생자인 상황이라니! 아버지 가즈토는 자신이 지금껏 쌓아 올린 삶이 한순간에 무너질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며 아들이 피해자이길 바라고 어머니 기요미는 어떤 죄를 지었어도 좋으니 내 자식 살아만 있어 달라 오열하며 가슴을 태운다. 한편 여동생 미야비는 오빠의 범죄로 인해 사립고교에 진학하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며 모진 말을 내뱉는다. 제3자의 입장으로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을 만한 상황이기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나 역시 자식을 둔 엄마이기에 결국 슬그머니 기요미의 편에 서게 되더라는...

 

 하지만 자식과 형제의 생사 앞에서 끝까지 자기 입장만 내세울 가족은 없다. 드디어 돌아온 다다시를 보며 진심을 깨닫게 되는 가족들. 믿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이기적이어서 부끄러웠던 지난 일주일. 이 책 『염원』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과 어떤 상황도 쉽사리 바랄 수 없어 안타까운 순간들이 담겨 있다.

 

 

 

 

 

 

 자식을 향한 엄마 마음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싶어 뭉클했던 부분...

자신을 위로해주는 노모를 바라보며 다다시의 엄마 기요미는 마음을 다잡는다.

 

"배 아파 낳고 매일 밥을 차리고 몸을 씻기고

감기라도 걸리면 옆에 찰싹 붙어 간호하면서

인생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알려 주며 소중하게 길러 온 내 자식이

앞으로 불행해질 것을 어머니는 용납하겠다고 한다.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모래를 씹는 인생을 살게 되어도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다시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용서하지 못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염원』 p199 中에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런 끔찍한 상황.

아들이 살인자라도 살아만 있기를, 죽을죄를 짓느니 차라리 죽었기를...

당신이라면 어떤 상황을 염원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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