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독배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 성녀의 독배

지은이: 이노우에 마기

옮긴이: 이연승

펴낸 곳: 스핑크스


 작년 11월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로 혜성처럼 등장한 매력적인 탐정 우에오로 조. 다소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그이기에 속편 <성녀의 독배>가 한국에 어서 출간되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선선한 바람이 살랑거리던 가을, 추운 겨울과 잠깐 다녀간 봄을 지나고 더위가 힘 좀 써보려 무게를 잡던 어느 여름날 거짓말처럼 돌아온 나의 탐정. 드디어 오셨군! 아주 많이 기다렸습니다. 한데, 어째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데...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옛날 옛적 한 영주가 자신이 부리던 부하의 딸에게 반해 억지 결혼을 강요한다.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아리따운 아가씨는 밤낮으로 울다 마침내 마음을 굳히고 영주에게 이리 말한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시끄럽게 군 것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저 아름다운 성 아래 정원에 사람들을 초대하여 직접 끓인 차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영주는 크게 기뻐하며 아가씨의 청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당일, 아가씨는 그곳에 착석한 양 집안 남자들을 몰살시키고 양가의 혈통을 끊어버린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여기서는 서리 정도가 아니라 피바람이 부는구나. 이 '가즈미 님 성녀 전설'이 전해지는 어느 지역에서 결혼식 도중 전설과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혼례 도중 같은 잔으로 술을 돌려 마신 참석자 중 신랑, 신랑의 아버지, 신부의 아버지가 독살당한 것! 사인은 비소 중독.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만 사망한 일명 '징검다리 살인 사건'을 탐정의 천재 제자 야쓰호시 렌이 나서 풀어보려 한다. 하지만 실패! 오매불망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우에오로 조는 대체 언제 오는 것인지 지쳐갈 때쯤 '1부 혼례'가 끝나며 범인이 폭탄선언을 한다. '내가 범인이다!'이렇게 마음속으로 말이다. 뭐지? 뭔가 상당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지만 서둘러 '2부 장례'로 넘어가자 드디어 기다렸던 기적을 믿는 파란 머리 탐정 우에오로 조가 등장! 모든 가능성을 하나하나 깨버리며 기적임을 주장하는 탐정.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제시하는 가능성이 진실일 거라 믿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작가가 놓은 덫에 걸려 진실을 저 멀리 놓쳐버리게 된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에서 헤매는 느낌과는 또 다른 답답함. 손에 잡을 듯 보이는 진실이 계속 부정당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믿었다가 이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무한 반복 루트 속에 차츰 어깨를 떨구고 탐정이 펼치는 추리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제발, 그래서, 대체, 진실은 뭔데?'라고 수백 번은 중얼거리면서 몰입에 또 몰입! 조금은 가볍지만 특별한 추리법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는 이노우에 마기 작가. 이번 작품 『성녀의 독배』 역시 훌륭하다. 전편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보다 한층 탄탄해진 느낌이랄까? 파란 머리 탐정 우에오로 조만이 꾸려갈 수 있는 사건 수사는 독자와 끈끈한 교감을 형성하며 저 멀리 있는 진실을 향해 성큼성큼 이끌어가는데, 역시 이런 매력적인 인물이 있어야 작품에 정도 생기고 다음 시리즈도 기다리게 되는 듯하다. 일본에서 아직 다음 이야기가 출간되지 않은 모양인데 『성녀의 독배』로 안녕을 고할 시리즈는 아니라 굳게 믿기에 파란 머리 탐정과의 다음 만남을 간절히 고대해본다. 부디, 제발, 빨리, 꼭 써주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