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 소포

지은이: 제바스티안 피체크

옮긴이: 배명자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신작 소설 『소포』로 화려하게 컴백한 독일 스릴러의 황제, 제바스티안 피체크. 이 작가가 풀어내는 미스터리는 알쏭달쏭 범인을 맞출 수 없으니 끝까지 방심하지 말 것! 이번엔 범인 자체 검거에 성공하려나 기대했지만, 역시나 실패. 검거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 서러울 법도 한데 속아도 억울하지 않은 소설 『소포』를 만났다.


 밤이 무서운 여섯 살 엠마는 엄마와 아빠가 자는 방으로 파고든다. 일에 치여 늘 피곤함에 절어 있는 아빠는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엠마는 울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방에 있는 낡은 나무 옷장. "아직 거기 있어?" 엠마의 물음에 굵은 목소리로 그가 답한다. "안녕." 옷장 속에 있는 공포의 대상 아르투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뾰족한 주사기를 든 그가 옷장에서 걸어 나온다. 엠마의 눈에만 보이는 아르투어. 이건 환상일까? 누군가 활시위라도 당긴 듯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 어느덧 28년 후. 정신과 전문의가 된 엠마는 안정된 직장을 가진 유복한 남편 필리프와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학회를 마치고 호텔에 머물게 된 엠마. 1904호. 무심히 켠 TV에선 연쇄살인범 소식이 흘러나온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엠마의 눈에 들어온 수증기로 덮인 유리 위에 또박또박 적힌 메시지. "도망쳐, 당장!" 엠마는 호텔에 존재하지 않는 1904호에서 머리를 깎이고 강간당해 아이마저 잃게 된다. 그 끔찍한 사건을 당하고 6개월 후, 소포 하나가 엠마의 집으로 날아든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맡게 된 옆집 소포. 그 낯익은 상자를 시작으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엠마에게 손을 댄 범인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 일명 '이발사'였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이 모든 상황은 엠마의 환상일까, 사실일까?


 엠마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 아르투어. 학회에서 한 거짓말. 독자는 도무지 엠마를 믿을 수 없다. 스산하게 밀려오는 공포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두려움. 사건이 흐르고 흐를수록 엠마에 대한 의심은 커지지만, 난 그녀를 믿고 싶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 모두를 의심하기 시작. 친한 친구인 실비아, 집배원 살림, 남편 필리프, 옆집 남자 팔란트, 남편의 직장 동료 요르고... 편집증 수준으로 이 잡듯이 쫓았지만, 그 인물이 범인이 아님을 느꼈을 때 밀려오는 허탈감이란! '이런, 네가 아니었어? 그럼, 너 이리와!' 하나 보내고 하나 찍는 식으로 어설프게 이어간 추리는 책의 마지막 40여 페이지에 달하자 경악으로 바뀐다. 놀라운 반전에 보기 좋게 놀아나 버린 나... 이게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인지 조금 고민했지만, 뭔가에 미치면 무슨 일인들 못 하리. 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하는 여름 문턱에서 머리가 쭈뼛 서는 스릴러를 만나 잠시 서늘했던 시간이었다. 부디 다음엔 범인을 맞출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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