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수레바퀴
아래서
글쓴이: 헤르만
헤세
옮긴이:
서유리
그림:
박희정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박희정 작가의 그림과 함께 새롭게 만나는 고전 이야기, 위즈덤하우스의 비주얼 클래식. <오만과
편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게 된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다. 우울과 고독이 불러온
슬픔에 못 이겨 강에 몸을 던진 한스의 모습일까? 아련하게 맺힌 눈물 한 방울을 따라 들여다본 그의 눈은 공허함과 병든 잿빛 마음으로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아려오는데... 대체 한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린 시절 아동 문고판으로 읽었던 이
소설은 파격적이지만 지루했다는 기억만 남긴 채 줄거리마저 가물가물한 상황. 강산이 2번 변한다는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주인공 한스는 처음 만난
듯 낯설고 원래 아는 사이인 듯 측은하고
안쓰러웠다.
19세기 말
혹독했던 독일의 교육 체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는 헤르만 헤세가 직접 겪은 유년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이 되고자 명문
신학교에서 도망쳤고 15세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정신병원에서 요양했다는 헤세. 어떤 고약한 환경과 상황이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아이들을 자살로
몰아넣는 것일까. 이겨내지 못할 부담과 괴로움으로 인해 마음이 병들었던 19세기 말 독일 아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허다했다는데, 이
책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도 그런 안타까운 경우다.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좋아하는 낚시조차 포기한 채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던
한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시험에 통과하여 신학교에 입학하지만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던 학교생활은 오히려 한스를
괴롭힌다. 어른들의 기대와 강압적인 환경으로 인해 자기 뜻과 달리 흘러가는 인생에서 한스와는 많이 다른 하일너와의 우정을 넘어선 관계와 엠마와의
짧은 사랑은 한 줄기 희망인 듯 보였지만,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좌절로 이끈 올가미였을지도 모르겠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한스는 결국 새까만 강물에 몸을 던지고 마는데... 슬프고, 또
슬프다.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 강압을 일삼는 어른과 사회가 꿈과 희망으로 반짝이던 아이를 어떻게 짓밟고 망가트리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던 『수레바퀴 아래서』. 읽을수록
마음이 쓰리고 가슴이 아린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틀로 찍어낸 인형처럼 옳다고 강요되는 길을 따라 비틀비틀 걸어야
했던 한스와 그 시절의 아이들이 안타까워 어느새 눈물이 글썽... 한데, 이토록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한편으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름답지만 불안하고, 위태로워 안타까운 청춘 이야기.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다독이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는 헤르만 헤세. 그 시절
그가 겪은 성장통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금도 여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기에 이 작품이 빛바래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이리라. 한스야,
부디 이제는 아프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