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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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의 귀를 너에게

글쓴이: 마루야마 마사키

옮긴이: 최은지

펴낸 곳: 황금가지


 물속에 있다가 나온 것도 아닌데, 이따금 삐---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질 때가 있다. 걱정스러워 병원을 찾아도 '그럴 수 있다'라는 의사의 심드렁한 답변에 그냥 돌아섰던 유쾌하지 않은 기억. '귀가 안 들리면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할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좀처럼 떠올릴 일이 없던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린 건 아마 이번에 읽은 책 때문인가 보다. 소리 없는 세상에서 귀와 입을 닫고 살아가는 이들과 그들이 겪은 미스터리한 사연을 풀어가는 『용의 귀를 너에게』. 한 농아 시설에서 17년이란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살인사건을 밝히려는 수화 통역사, 아라이의 이야기를 담은 『데프 보이스』, 그 2년 후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용의 귀를 너에게』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후속작을 먼저 읽게 되었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무리 없이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어 다행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코다. 조용한 침묵이 무겁게 가슴을 누르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라이는 수화 통역사로서 농인을 대변하는 삶을 살아간다. 연인 미유키와 그녀의 딸 미와와 함께 사는 아라이. 어느 날 미와는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있다며 소리는 듣지만 말은 못 하는 함묵증을 앓고 있는 에이치의 이야기를 꺼낸다. 에이치에게 수화를 가르쳐달라는 미와의 부탁에 에이치를 맡게 된 아라이. 에이치는 다정하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라이에게 마음을 열고 마침내 입이 아닌 손으로 소통의 물꼬를 튼다. 그리고 조심스레 꺼내는 자신이 목격한 살인사건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과연 에이치가 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동정'을 가장하여 '장애'라는 두 글자에 다가서는 이들의 진짜 얼굴은 '경멸과 멸시'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에서도 에이치를 향한 의심과 편견이 가득한 상황이 펼쳐진다. 한번 본 것은 정확히 기억해내는 천재성을 지녔음에도 선천적이 아닌 선택적으로 입을 열지 않는 에이치에 대한 세상의 눈총이 어찌나 따갑고 매섭던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주변에 늘 산재하는 불쾌한 오만과 편견을 따스하게 녹여버리는 에이치와 아라이의 합동 플레이가 없었다면 마냥 속상하고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청각 장애인과 수화, 발달 장애 아동과 싱글맘 등 다양한 소외 계층의 삶에 법정 스토리를 더한 사회파 미스터리. 헛기침조차 할 수 없어 목이 매이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손끝을 타고 피어오르는 진실의 향기는 진하고 강했다. 탄탄한 반전으로 독자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하는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차마 인정하기 싫은 부끄러운 속내를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따스함으로 어루만져주는 힐링 미스터리다. 촉촉해진 마음으로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떠오른 생각. '2년 전, 아라이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진한 여운을 간직한 채, 전작 『데프 보이스』에 대한 궁금증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다음은, 2년 전 아라이를 만날 순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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