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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여행 × 스페인 - 스페인 문화예술에서 시대를 넘어설 지혜를 구하다 ㅣ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19년 3월
평점 :
제목: 아트인문학 여행
스페인
지은이:
김태진
펴낸 곳:
카시오페아
정열의 나라
스페인. 꿀맛 같은 낮잠, 시에스타. 새빨간 천을 흔들며 소를 자극하는 투우. 화려한 플라멩코, 미친 듯이 토마토를 던지는 토마토 축제, 축구,
천재 건축가 가우디! 스페인에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떠오르는 이미지는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많다. 명화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스페인이 배출한
여러 화가와 스페인이 소장하고 있는 명화에 감탄하며 언젠가 직접 볼 수 있기를 고대하지만 먼 미래에나 가능할 듯. 이 안타까운 마음을 채워주는
건 바로 책. 얼마 전에 지식서재 출판사의 『스페인 예술로 걷다』를 통해 예술과 역사라는 주제로 스페인을 탐방했는데, 이번엔 카시오페아 출판사의
『아트인문학 여행, 스페인』과 함께 인문학적 관점으로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을 다시 살펴보았다. 1달 만에 재회한 스페인은 더없이 반갑고
새로웠다. 스페인의 무한 매력, 그 끝은 어디인가!
스페인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p16)
프롤로그를
지나 글의 시작을 여는 서문에서 김태진 저자는 위와 같은 문장을 차용하여 독자에게 스페인을 소개한다. 이런이런, 큰일이다. 스페인을 알려면
돈키호테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가! 실은, 지난번 책을 읽을 때도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읽지 못한 터라
아쉬움과 가벼운 자괴감이 스쳐 지나갔다. 돈키호테와 산초로 비유되는 스페인의 두 얼굴이라... <돈키호테>를 꼭 읽어보자! 이 책은
크게 레콩키스타를 기준으로 쓴 1부와 만국박람회 이후를 기준으로 쓴 2부로 나뉜다. 레콩키스타란 711년부터 1492년까지 780년 동안
에스파냐의 그리스도교도가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 했던 운동을 말한다. 이사벨 여왕이 마지막 남은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을
내쫓은 후, 스페인은 온전한 통일 국가로 발돋움했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과 어깨를 견주는 세계 강대국으로 거듭난다. 이 책에 담긴 깊고
방대한 내용을 이 글에 다 담아낼 순 없기에 큰 줄기만 살펴보자면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펠리페 2세와 화가 엘 그레코, 화가 벨라스케스와
고야, 건축가 가우디와 후원자 구엘, 화가 달리와 그의 뮤즈 갈라로 나눌 수 있겠다.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을 흐름에 따라 인문학적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어 기존에는 미처 몰랐던 유용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다량 접하게 된다. 한 마디로 『아트인문학 여행, 스페인』은 팥소 가득한 찐빵처럼
참 알차다!
『아트인문학 여행, 스페인』에서
손꼽고 싶은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번 글에선 콜럼버스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콜럼버스라 알려진 초상화만 수십 개에 이르러
실제 얼굴을 알 수 없는 그는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제노바 출신이었다. 같은 나라 사람도 아니건만 그를 기리는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각별하다. 콜럼버스가 안겨준 영광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독서광이자 신비주의에 빠졌던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건너서 해내야 할 과업으로 두
가지를 꼽았는데, 하나는 에덴동산을 발견하는 것이고 하나는 금광을 발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인류의 마지막 왕이 이베리아반도에서 태어나 십자군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탈환하게 될 거라는 계시를 믿었던 그는 그 마지막 왕을 이사벨 여왕이라고 믿고 금을 가져와 여왕에게 보탬이 되도록 바치자는
소명을 지녔던 거다. 네 차례나 대서양을 건넜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그는 혼자만의 독단적인 생각으로 원주민을 잔혹하게 다루는 만행을
저질러 현지에서 많은 동료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끝까지 그의 뒤를 봐주던 이사벨 여왕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 원망에 사무친 콜럼버스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난 앞으로 영원히 스페인 땅을 밟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죽거든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스페인 땅에 묻어선 안 된다.'
그리하여 그는 오래도록 서인도제도에 묻혀 있었고 스페인 정부의 오랜 노력 끝에 스페인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의 유언을 고심하던 이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관을 번쩍 들어 올린 형태로 만들자는 것. 그래서 지금 세비야 대성당엔 4개의 동상이 받들고 있는 그의 관이 있는데
그 동상은 당시 스페인 지역 4개국을 다스리던 왕이라고 한다. 역시 역사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그라나다,
톨레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피게레스를 둘러 보며 역사 속 인물과 예술가를 만났던 『아트인문학 여행, 스페인』. 선명한 사진 자료 덕분에
눈앞에서 관람하듯 생생하게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스페인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이 더 간절했던 시간이다.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이 전하는 그 뜨거운
울림에 손끝까지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책을 덮는 순간까지 스페인을 향해 요동쳤던 심장. 이 책에 앞서 이탈리아와 파리 편도 출간됐다는데 김태진
저자의 다른 책도 꼭 만나볼 생각이다. 소장가치 100%이므로 이 시리즈도 전부 모았으면 싶은... 특별한 스페인을 만나고 싶은 분, 예술과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 있는 분, 알차고 유쾌한 책이 읽고 싶은 분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