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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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녕, 드뷔시

글쓴이: 나카야마 시치리

옮긴이: 이정민

펴낸 곳: 블루홀6


 

 책 없이 못사는 책벌레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북카페에서 늘 화두에 오르는 이름 '나카야마 시치리'. 그를 아직 몰랐던 시절엔 '시치리~ 시치리~'라는 소리에 '뭐? 시치미?'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을 하나둘 알아가며 이젠 무조건 믿고 읽는 작가란 수식어를 입에 달 정도! 시치리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이 작가의 책을 맡아놓고 출간하는 블루홀6 출판사에 대한 애정도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그러다 겪게 된 대박 사건!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의 대상 수상작이자 시치리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가 이정민 번역가님의 손을 거쳐 블루홀6에서 재출간되었다. 흑과 백, 빨강이 어우러진 멋진 양장 표지를 보며 심장이 콩닥콩닥. '자자, 진정하자! 릴렉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펼친 이 책에서는 지독하게 아름답고 가슴 시린 미스터리가 펼쳐졌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열다섯 소녀 하루카. 하루카에겐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촌인 루시아가 있다. 인도네시아로 이민 간 고모의 딸인 루시아는 일 년에 딱 한 번 일본에 머무르는데, 이번엔 부모님의 급한 용무로 인해 홀로 일본에 왔다. 하지만 그사이 인도네시아에 대지진이 발생하고 루시아의 부모님은 세상을 떠난다. 혼자 남겨진 불쌍한 루시아를 양녀 삼으려는 하루카의 부모님 덕분에 이제 둘은 곧 자매가 될 예정이다. 하루카의 가족은 부동산 재벌인 할아버지, 은행원인 아빠, 큰살림을 도맡은 엄마, 만화가를 꿈꾸는 백수 겐조 삼촌, 할아버지의 간병인 미치코 씨 그리고 사촌 루시아. 한데,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이 풍요롭게 살던 하루카를 시기한 운명의 장난일까? 루시아와 함께 할아버지가 계신 별채에서 잠든 날, 걷잡을 수 없이 큰 화재가 발생하고 하루카의 눈앞에서 할아버지와 루시아는 화염에 휩싸여 죽어간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하루카에게 할아버지가 남긴 천문학적인 유산. 그때부터 섬뜩한 검은 그림자가 하루카를 노리기 시작하는데... 화재에서 살아남은 하루카는 과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덕누덕 기운 피부에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 집의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다.'


 괴로운 통증, 가족을 잃었다는 고통, 무엇보다 온전한 자신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하루카 앞에 나타난 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하루카의 수업을 맡겠노라 자청하고 늘 곁을 맴돌며 위기의 순간마다 백마 탄 왕자처럼 하루카를 구해준다. 유산을 노린 가족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하루카는 요스케의 마법 같은 이끌림에 끌려 자신의 한계를 넘고 또 넘어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격정적인 연주에 집중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피아노 위를 내달리는 하루카와 요스케의 하얀 손이 떠올라 심장이 요동쳤다. 하루카의 성장과 음악이 주는 감동이 소설 후반까지 퐁퐁 솟아오르지만, 사실 하루카가 콩쿠르에 나가는 순간까지도 '대체 이 소설이 어디가 미스터리라는 거야?'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우와, 대체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책을 쥔 손끝에서 팔을 타고 머리를 지나 결국 온몸을 휘감아버리는 짜릿한 전율.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읽었을 때의 놀라움과 흥분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런 발칙한 반전을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마침내 진실을 마주한 순간, 계속 참았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살의 없는 살인이었기에 가슴 아리도록 슬프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하루카의 처지가 기가 막힐 정도로 애처로워 한참을 울었던 시간. 마흔여덟에 느지막이 데뷔한 나카야마 시치리가 갈고 닦은 비장의 칼에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데뷔작이 이 정도라니! 역시 시치리는 옳다. 어지간해서 소설에는 소장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 시치리의 작품은 정말 소장각! 지독하게 아름답고 가슴 시리도록 슬펐던 이 미스터리에 취해 한동안은 헤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시치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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