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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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글쓴이: 소피 드 빌누아지

옮긴이: 이원희

펴낸 곳: 소담출판사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단어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눈에 들어온 예쁜 표지에 사르르 마음이 녹는다. 빨간 리본을 매단 영롱한 오너먼트에 금박으로 새긴 글씨. 이건 디자인의 승리다! 표지만으로도 호감 가고 끌리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 3개월 넘게 지난 크리스마스의 두근거리는 감성을 살포시 꺼내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 올해 영화로도 개봉할 작품이라니 책도 영화도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이 자살 여정의 관람객이 되길 자처했다. '부디 죽지 마, 죽으면 안 돼'라고 수없이 속삭이면서.


 주인공 실비 샤베르는 막 아버지 장례를 치렀다. 엄마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더니 아빠는 오랜 투병 생활로 괴로워하다가 고통 속에 숨을 거뒀다. 이제 그녀는 고아다. 45살에 가족 하나 없는 고아. '나는 유통기한이 지났다. 이를테면 자식을 갖기에도, 한 남자를 갖기에도 기한이 지났으니까. - p7'. 시니컬하게 내뱉는 그녀의 대사엔 진한 고독과 지독한 슬픔이 깔려 있다. 아빠 묘지를 계약하며 실비는 자신의 묘지도 마련한다. 곧 죽을 거니까 내 자리는 직접 해놓자는 심산으로. 친구 베로니크의 권유로 심리치료사를 찾았지만 자살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변치 않는다. 크리스마스에 자살하겠다는 실비에게 매력적인 심리치료사 프랑크는 이렇게 말한다.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 두 달하고 조금 더 남았군요.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만나러 오세요. 그리고 12월 25일. 그날이 진짜 마음에 들면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에 자살하세요. 어떻습니까, 실비? - p23'. 그렇게 이 기묘한 자살 여정은 시작된다. 부끄러워서 절대 못할 일, 비난 받아 마땅한 일,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일,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드는지 답을 찾는 일. 프랑크는 일주일에 하나씩 숙제를 내고 실비는 곧 죽을 건데 뭘 못하겠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숙제를 실행한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이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비는 눈앞에서 누군가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이는데... 우리의 그녀, 실비는 과연 무사히(?) 죽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작품이 떠올랐다. 책 보다는 영화가 더 생각나는 걸 보니 이 작품은 정말 영화를 위해 태어난 소설이 아닐까 싶더라는. 45년이나 자신을 휘감고 있던 딱딱한 껍질을 깨고 성장하는 실비의 모습에서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가 보이고, 죽음을 앞두고 원하는 혹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결하는 모습에서 <라스트 홀리데이>의 조지아가 떠올랐다. 어찌 보면 뻔한 전개겠지만 다 알면서도 뻔하지 않고 예상하면서도 즐겁고 재미있게 읽게 되는 힘을 지닌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조금만 읽어보자고 책을 폈다가 스르르 잠들어 아침에 다시 집어 들었던 책. 일요일 아침, 10년 넘은 내 사랑, <서프라이즈>도 포기한 채 주인공 실비의 뒤를 졸졸 쫓으며 따라다닌 여정은 불안감에서 어느새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했다. 롤러코스터처럼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며 마음 졸이게 했던 실비. 그녀는 이제 우울함에 휩싸여 죽을 생각을 하는 노처녀가 아닌 당당하게 인생의 소중한 행복을 찾는 멋진 아가씨로 새롭게 출발한다. 실비,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줘서 고마워요! 언제까지고 당신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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