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지폐의 세계사

지은이: 셰저칭

옮긴이: 김경숙

펴낸 곳: 마음서재 / 쌤앤파커스

 

 

 

 

 

 

 어린 시절 이모 댁에 놀러 가면 신기한 모양의 동전과 처음 보는 지폐가 꽤 많았다. 이곳저곳 세계 여행을 다니셨던 이모가 모아둔 외국 잔돈이었는데 예쁜 유리함에 담긴 그 돈을 보며 부리부리하게 생긴 서양인과 특이한 동물 등등 그림이 참 다양했다. 얼른 어른이 되어 나도 세계를 누비자고 다짐했었는데... 결론은? 뭐 아직 인생 전반전이지만 워낙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여서 세계 여행자가 되기는 어려울 듯싶다. 몇 나라 다녀오긴 했지만 말이다. 며칠 전에 동물을 주제로 한 역사책, 『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를 참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엔 지폐를 주제로 세계 역사를 훑으니 문득 캐리어를 꺼내 비행기에 오르고 싶어지긴 하는구나. 그나저나 주제를 달리하여 접근하니, 마치 천의 얼굴을 가진 듯한 세계사. 이미 알고 있던 얘기마저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매력적인 학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쏘냐! 『지폐의 세계사』 덕분에 난 오늘도 즐거운 시간 여행을 떠났다.

 

 

 

 

 

 『지폐의 세계사』를 쓴 작가 셰저칭. 이름이 워낙 특이하고 어떻게 지폐로 역사를 탐구할 생각을 했을까 싶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영국에서 고고학 및 예술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우연히 TV에 출연했다가 지금은 대만에서 유명한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작가. 전공을 살려 대중 인문학자, 미학자, 여행작가, 예술 기획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다는데 25년간 97개국을 돌아다니며 세계 각국의 지폐를 수집했다고 한다. 세상에 뭐 이런 멀티 플레이어가 다 있담?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낸 작가의 재능에 질투심을 느끼며 따라나선 책.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쉽고 재밌게 풀어 쓰기로 유명하다더니 정말 그랬다. 기행문 같으면서도 인문학 같고 인문학 같다가도 역사학 같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 책에 푹 빠져 한참을 뒤적뒤적. 앞뒤로 넘기며 지폐만 구경했다가 원하는 나라 이야기를 골라 읽기도 하고 순서대로 찬찬히 읽기도 하며 편하게 읽으니 딱 좋더라는! 자, 그럼 지폐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나라 지폐를 생각해보자.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모두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위인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떨까? 다른 나라 역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넣은 지폐가 많고 때로는 예술 작품, 극락조, 섬의 전경, 건축물 등 제한 없이 다양한 주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새 지폐가 등장하기도 하고 옛것을 그리워해 다시 되살리기도 하는 등 역사의 물결 속에 지폐 역시 하늘하늘 수없이 찍히고 버려지기를 반복했다. 그저 지폐의 디자인과 그에 관련된 간략한 역사만 살펴봤더라도 재밌었겠지만, 작가는 자신의 여행담과 추억은 물론 지폐에 담긴 인물, 동물, 건축물과 지형 등에 얽힌 역사와 그에 관한 감상을 담고 정치, 예술, 경제와 같은 다양한 지식을 방출하며 알차고 풍요로운 인문학 혹은 세계사 수업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책은 정말 소장해야 함!

 

 

 

 한 시대의 번영과 몰락, 지도자에 대한 숭고한 사랑, 대중이 사랑한 예술, 피로 새긴 역사, 독재와 부패 정권에 관한 비판, 시대별로 몰아쳤던 사회적 이슈 등등 지폐에 담긴 역사 속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쉴 새 없이 퐁퐁 솟아오른다. 북한의 독재 정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과 부룬디족과 투치족의 끝나지 않는 싸움, 식민 정책과 인종 차별 등 많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가운데 명화를 좋아하는 내가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고야와 뒤러와의 재회였다. 관심 있는 화가를 지폐 속 작품을 통해 만나니 어찌나 새롭고 특별하던지! 42개국의 지폐를 통해 만난 세계사는 어쩌면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의 극히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놓치지 말고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기에 이번 배움을 상당히 알차고 뿌듯했다. 『지폐의 세계사』, 이 책은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틈틈이 다시 꺼낼 볼 생각. 지폐를 통해 세계사를 엿본 이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기에! 『지폐의 세계사』,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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