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보고 싶고 그리운 엄마에게...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제목: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지은이: 박애희

펴낸 곳: 걷는나무

 이 세상에 유일한 내 편이 있다면 과연 누굴까? 살을 맞대고 사는 남편? 배 아파 낳은 내 딸?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세상이니 남편은 미안하지만 탈락. 아직 너무 어려 옹알옹알 옹알이만 해대는 딸은 마음을 알 수 없어 탈락. 그럼 진짜 내 편은 누구? 사실 답은 뻔하다. 그건 바로 우리 엄마. 엄마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우리 엄마. 그래서일까? 늘 내 편일 거라는 믿음 하나로 엄마에게 참 멋대로 굴고 모진 말도 서슴지 않았던 것 같다. 돌아서면 늘 후회하고 잠자리에서 끙끙 가슴앓이하면서 왜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지. 덧없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내가 한없이 밉고 야속하다. 분명 상처받았을 텐데, 그 서운함을 속으로 삭이며 딸내미를 끌어 안는 엄마를 생각하면 과연 그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위대한 사랑을 내가 흉내나 낼수 있을까 싶은데... 안 그래도 싱숭생숭하던 차에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다. 우리 엄마 얘기 같은 남의 엄마 이야기. 왜 세상 모든 엄마는 이리도 애잔하고 세상 모든 자식은 불효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작가가 전하는 엄마와의 사소한 추억 하나하나가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가슴에 파고들어 울고 웃으며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했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이 책 정말 위험하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울 게 뻔하니까. 엄마 이야기를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지던 그 찰나의 순간에 어찌나 많은 생각이 스치는지 정신이 아득해지더라는... 마음을 결정해야 했다.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책을 쓴 사람은 더군다나 필력 좋기로 소문난 라디오 작가. 망설였던 순간이 무색하게 단숨에 책을 안아버렸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13년 차 라디오 작가인 이 책의 저자가 어떻게 엄마를 그리워하고 글로 담아낼지 정말 궁금했다. 책을 손에 쥐고 다짐, 또 다짐. 울지 말자. 입 꾹 다물고 책장을 넘기며 이내 눈물이 뚝뚝. 아까 했던 다짐은 무엇인지 무안하고 허탈할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책에 빠져들어 우리 엄마 같은 남의 엄마 이야기에 한참을 울었다.

 PD에게 깨져 우울한 날, 갑상샘암 진단으로 하늘이 무너지던 날, 방황하며 지금 흘러가는 인생이 맞는지 의심되던 날, 유난히 짜증 나고 힘들었던 날, 아이를 낳고 마침내 엄마가 되던 날... 그 모든 힘들고 괴로운 날 저자의 엄마는 한결같이 딸 곁을 지켜주셨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호흡하는 듯이 흘러가는 엄마 이야기에 손을 뻗으면 잡을 듯 엄마가 살아계신 것 같지만 짧은 글이 끝나갈 무렵이면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타깝고 그리워하는 무한 반복 루트. 짧은 글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갔지만, 글에 담긴 저자와 엄마와의 소중한 추억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한줄기 별똥별처럼 차례로 내 가슴에 알알이 박혔다. 가슴 한가득 받아낸 그 아름답고 영롱한 추억 조각을 꼭 끌어안으며 한없이 따스했던 시간.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결혼하고 애 낳으면 엄마 마음 알게 된다더니 다 거짓말. 그 깊은 사랑을 어찌 헤아릴 수나 있을까.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자꾸 눈물이 나는 통에 어째 점점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지만,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이 책은 세상 모든 자식이 꼭 읽어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딸이라면 반드시 꼭 읽어보기를!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선물인지, 곁에 계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한지 깨닫게 해주는 책.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