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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9년 1월
평점 :
제목: 워터십
다운
지은이: 리처드
애덤스
옮긴이: 햇살과
나무꾼
펴낸 곳: 사계절
출판사
쫑긋한 귀, 거칠지만 복슬복슬한
털, 앙증맞은 꼬리!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는 토끼들의 사랑스러운 뒷모습에 홀려 집어 든 『워터십 다운』. 별다른 사전 지식 없이 제목, 표지
그리고 '넷플릭스 화제의 미니시리즈'라는 문구만 보고 선택한 책이지만 결과는 성공적! 76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벽돌을 손에 들고 잠시
당황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토끼들과 함께 떠난 모험은 즐겁고 유쾌했다. 작가 리처드 애덤스가 두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하고 살을 붙여 완성한
이 장편 소설은 1972년에 출간된 이래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이라고 한다. 2003년 5월에 1쇄를 찍었던
『워터십 다운』의 개정판! 이 책을 왜 이제야
만났는지...
11명의 토끼가 모여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 모험은 '파이버'라는 연약한 토끼가 원래 고향인 샌들포드 마을이 온통 피로 물드는 끔찍한 예언을 체험하고 사촌
형제인 '헤이즐'에게 살아남으려면 떠나야 한다고 애원하며 시작된다. 덩치 크고 힘센 '빅윅', 이야기꾼 '댄더라이언', 영리한 '블랙베리',
믿음직한 '홀리'를 주축으로 길고 긴 여정을 이어가는 토끼들. 작가는 동물 문학의 대가인 시튼의 영향을 받아 동물을 인간화하지 않고 동물 그
자체를 관찰하려 애썼다는데 그 노력의 흔적을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굴을 파고 적을 감지하는 기본적인 행동부터 암토끼와 수토끼의 관계나
서열 정리 등등 그간 미처 몰랐던 토끼의 다양한 습성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토끼를 의인화하진 않았다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 토끼 세계는
인간의 세계와 소름 끼칠 만큼 비슷하기도 하다. 목숨을 담보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다 도살되는 무리와 비록 배고프고 힘들지라도 토끼로서
자긍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간 '워터십 다운' 원정대의 극명한 차이. 결국 이 소설은 토끼의 생태와 습성에 인간 세상을 더한 또 하나의 작은
세계가
아닐까?
총 4부로 나뉘어 이어지는 토끼들의
대장정에 독자가 혹여 길을 잃을까 걱정한 출판사의 배려 덕분에 책에 동봉된 지도를 따라 토끼들을 부지런히 쫓을 수 있어 더욱더 흥미진진한
『워터십 다운』. 영락없는 토끼지만 산전수전 다 겪으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여정에는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과 수천 수만 가지의
감정이 담겨 있어 우리의 인생사와 다를 바가 없다. 산 넘어 산이라고 불만을 터트리며 포기할 법도 하건만 그때마다 빛을 발하는 헤이즐의 리더십과
빅윅의 묵직한 활약 그리고 댄더라이언의 토끼 전설 속 영웅, 엘-어라이라의 이야기 덕분에 마지막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듯. 내용은
재미있는데 진도가 더디 나가 며칠을 고생하면서도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토끼 녀석들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 토끼들아, 부디 더는
고생 말고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