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글 & 그림 :
하람
펴낸 곳:
지콜론북
막연히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나에게
한 이웃님은 일기를 써보라고 권했다. 그 짧은 글이 모여 한 권의 에세이 책이 될 수 있다고. 정말 맞는 말이라며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실천하기
힘들어 늘 지지부진했던 일상의 기록.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실천하지 않는 현실의 괴리감이 가슴 속에 체기처럼 남아있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났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시각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하람 씨의 일상이 담긴 에세이. 한 번에 써 내려간 글이 아닌 순간의
호흡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짧은 글. 그중 일부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작품. 거의 모든 에세이가 이렇게 완성되겠지만 이 책에 담긴
글에서 느껴지는 찰나의 단상과 특유의 진지함이 뭔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보다 어린 작가의 따스한 일상을
훔쳐보는 기분. 우리는 어쩐지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예쁜 잔에 커피믹스를 마시는 게 주부의 낙이자 유행이었던 그 시절, 엄마의 커피
타임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추억. '어른이 되면 마실 수 있어'라는 엄마의 나직한 속삭임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어린 나.
90년대 로맨틱 코미디를 눈물 날만큼 좋아하고 심야 라디오를 벗 삼아 밤늦도록 책을 붙잡고 있던 기억까지. 작가와 나 사이의 나이 차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비슷한 순간을 때론 같은 길을 걸었더랬다. 물건을 정말 버리기 싫어하는 맥시멀리스트인 난 '버리는 연습은 곧 소중한 것을 남기는
연습'이라는 데 크게 공감하며 뜨끔했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이야기에 이 어렵다는 책을 읽어봐야
할까 고심했다. 초등학교 시절 우표를 수집하고 여행 가면 여지없이 기념품을 사 오던 성격까지 비슷한 작가를 보고 있노라니 마치 오랜 친구 혹은
나의 분신처럼 친근하고 따스한 느낌에 어찌나
포근하던지!
여행 중에 적은 메모가 한 편의 글이
되고 소중한 순간을 담아 써낸 짧은 글이 여럿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으니 이 책은 작가의 아름답고 눈부시고 때론 부끄러웠던 기억을 조각
케이크처럼 떼어내 독자에게 내어준다. 이 순간을 함께 추억하고 같이 오늘 또 하루를 살아보자는 듯이... 꿈이라고 소리 낼 때 맞닿는 입술
모양과 그 발음이 좋다는 작가. 어쩐지 우리는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아 친구로 지내면 좋지 않을까 잠시 생각에 빠져봤던
시간...
"완벽히 게으른 하루를 보내 본
사람은
안다.
온전한 쉼은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더 근사하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中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며 평범하지만, 보석 같은 일상을 수집한 작가의 소중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나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기억을 꺼내 본다. 책, 초콜릿, 문구, 식물, 운동화, 맥주, 그림, 음악,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속이 뻥
뚫리는 산 정상, 좋아하는 사람과 걷기, 우리 꼬마랑 신랑, 소중한 지인들... 생각해보니 나도 좋아하는 게 참 많구나! 문득 떠오른 궁금증.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