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 페미몬스터즈에서 믿는페미까지―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싸우고 살아남았는가
김보영.김보화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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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글쓴이: 김보영, 김보화

펴낸 곳: 서해문집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땐 살짝 당황했다. 표지에 떡하니 서 있는 여자 셋. 정말 한 성깔 할 것 같은 '센 언니들'. 솔직히 호감은 아니었다. '페미니즘'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터뷰 책이라는데 페미니즘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 대체 그녀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남녀평등과 성 개념의 재정의를 외치는 것일까?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단체 10팀의 인터뷰를 담은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이 책을 손에 쥐며, 페미니즘이란 무엇이고 페미니스트가 바라는 세상은 무엇인지 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부디 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를...


 지난 2016년에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이 화장실에 가는 장면과 범인이 범행 후 유유히 화장실에서 나오는 장면이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그 CCTV 영상을 보며, 24시간, 365일 여성은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대체 왜 죽인 거야? 그냥 여자라는 이유로? 그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과 메갈리아가 기폭제 역할을 하며 전국 곳곳에서 성난 페미니스트들이 들고일어섰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추모를 위한 자유 발언대를 진행했던 '페미몬스터즈', 강남역 거울 행동을 진행했던 '페미당당', 천하제일 겨털 대회와 나쁜 여자들의 밤길 걷기 등 흥미로운 행사를 주최한 '불꽃페미액션',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쁜페미니스트', 영화판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와 잘못된 성 의식에 맞서고자 고군분투하는 '찍는 페미', 귀여운 굿즈로 큰 호응을 이끌었던 '펭귄프로젝트', 소라넷을 비롯한 불법 영상을 근절하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성 중심의 정보 집합체를 만든 '페미위키', 게임계 내 여성 혐오를 고발하는 '페이머즈', 교회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회복을 위해 힘쓰는 '믿는 페미'. 이렇게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여성을 위한 세상을 꿈꾸는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온갖 외모 비하와 적나라한 성희롱에 '꿘충'이라는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녀들은 스스로 해일이 되어 끊임없이 이 나라를 두드리고 뒤덮고 쓸려나가기를 반복한다.


 

 

 

 그동안 기사에서 단편적으로 만났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이야기는 멋지고 꼭 해야 할 활동이라는 느낌보다는, 성난 여성들의 과민반응 혹은 일부 과격 주의자들의 한탄 정도로 느껴지는 경향이 짙었다. 그들이 왜 이토록 화가 났는지,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이 사회는, 이 나라 남자들은 그리고 같은 여자들조차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경우가 태반. 그렇게 그들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럼 대체 그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는 것인가?


'뒤늦은 알아차림'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뒤늦음이 없었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롭고

서로가 평등한 관계를 맺으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곳이 되었을 텐데.

p118-119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中에서...>


 '뒤늦은 알아차림'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구절은 페미니스트의 애타는 마음과 더불어 어렵게만 느껴지던 페미니즘이 친숙하게 확 와닿는 순간이었다. '여자가 어디서...', '여자 주제에...'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대우받고 이런 활동이 별난 개성이 아닌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임을 그리고 더는 불안이 대물림되지 않고 여성이기 이전에 '나'라는 존재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그들은 꿈꾼다. 이유 없는 분노와 헛된 트집이 아닌 페미니스트의 이런 움직임. 우리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해주면 어떨까? 역차별은 원하지 않기에 남녀가 서로 존중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다음 세상을 꿈꿔본다. 책을 덮자 아까 만났던 표지의 '센 언니들'이 다시 보인다. 굵다고 생각했던 다리가 이제는 튼튼하게, 별로라고 생각했던 이미지는 듬직하고 멋지게,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외모는 세련되고 개성 있게 느껴지는 걸 보니 내 마음에도 어떤 동요가 이는 모양이다. 소신껏 활동하는 그대들이 원하는 세상이 오기를 이 소심한 여인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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