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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 적의
벚꽃
지은이: 왕딩궈
옮긴이: 허유영
펴낸 곳: 박하
여린 하늘색 표지에 후두두 떨어져
내리는 분홍 꽃잎. 아름답던 이 꽃잎이 이내 애처롭고 슬퍼보여 조용히 쓰다듬다가 띠지에서 잠시 멈춘다. 금세 둥실 떠올라 빨려드는 글자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언급한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가 바로 왕딩궈이며
그 총체가 <<적의 벚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궁금한 마음에 왕딩궈라는 작가에 대해 검색해봤다.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후 오래도록 글을 놓았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천재 작가. 만들어진 소문인지 아니면 진실일지 궁금했다. 과연 그는
천재일까?
『적의 벚꽃』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삶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어머니와 도박판을 벌였다는 혐의로 변변치 않은 직장에서 쫓겨난 아버지. 아버지가 목숨을
끊고 어머니마저 사망하며 주인공은 이 쓸쓸하고 험난한 세상에 홀로 남게 된다. 그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추쯔. 인생에 다시 없을 유일한 사랑을
만나 행복했던 것도 잠시 불행은 주인공을 놓아주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주전자를 사고 경품에 당첨되어 얻은 수동카메라. 이 카메라가 어떤 지독한
올가미로 조여올지 모른 채 주인공과 추쯔는 사진을 배우며 행복해한다. 사진을 배우며 뤄이밍이란 인물과 가까워진 추쯔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일로 주인공은 인생의 유일한 등대이자 안식처인 추쯔를 잃게 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찌 보면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이런
주제가 이토록 슬프고 가슴이 아린 건 작가의 필력 덕분이리라. 작은 조약돌이 가슴을 누르는 듯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 기분. 추쯔나 뤄이밍은 직접
등장하지도 않은 채 주인공과 뤄이밍의 딸의 대화, 추억, 기억을 오가며 한 편의 소설이 흘러간다. 절대 모든 걸 내어주는 법 없이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천천히 쥐여주는 통에 퍼즐을 완성하기까지 조바심이 일기도 했지만, 진실 그리고 결론을 알고 싶어 계속 책장을 넘겼다. 툭 하고 마음이
끊어진 순간 잔잔하게 흘러가는 물결 아래 휘몰아치던 거대한 슬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렸다. 이런... 헤어나오려면 또 얼마나 한참을
헤맬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