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소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2
오카모토 기도 외 지음, 신주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 단발머리 소녀

글쓴이: 오카모토 기도, 사토 하루오, 고다 로한

옮긴이: 신주혜

펴낸 곳: 이상


 『세 가닥의 머리카락』에 이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단발머리 소녀』. '고려대학교 일본 추리소설 연구회'의 3년에 걸친 연구와 논의 끝에 빛을 보게 된 책으로 오카모토 기도, 사토 하루오, 고다 로한 이렇게 세 작가의 단편이 실려 있다. 보라색 표지와 얼굴 없는 단발머리 소녀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묘하게 잘 어우러져 목덜미가 쭈뼛했다. 서늘한 기운마저 감도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편 책장에서 자욱한 안개처럼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해 아득해진 시간 개념... 몽롱한 기운에 한껏 취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일본 에도 시대로 빨려든 후였다.


 '에도 시대'란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늘 난감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감성으로 인해 에도 시대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이해하게 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단발머리 소녀>가 참 인상 깊었는데, 콜레라가 창궐한 상황에서 마을에 내려오는 '숲에서 단발뱀의 화신인 단발머리 소녀를 만나면 3일 안에 죽게 된다'라는 전설이 입에 오르며 사람이 죽어 나간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이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시대물을 쓰기 전에 꼭 참고한다는 오카모토 기도 작가의 작품이라서인지 구성이 탄탄하고 1935년에 쓰인 작품임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움이나 큰 이질감이 없어 신기했다. 그저 '이것이 에도 시대구나'라고 느끼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던 이야기. 사토 하루오의 <무기력한 기력>은 시대적으로 지금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어 놀랍고 신선했다. 고다 로한의 <이상하도다>는 독특한 문장과 서양과 일본이 뒤섞인 시대상으로 상당히 개성이 강했던 작품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과 기절초풍할 반전은 없지만, 식지 않는 인기로 고공행진 하는 일본 추리 문학의 현주소가 어떤 뿌리로부터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익숙지 않은 명칭과 특이한 분위기 때문에 초반엔 좀 집중하기 힘들지만, 차츰 익숙해지며 금세 빠져들게 되는 『단발머리 소녀』. 소설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일본 추리소설의 시초를 이해하고 시대별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만하다. 그 흐름을 따라잡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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