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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서 77
마이클 콜린스 외 지음, 서미석 옮김 / 그림씨 / 2019년 1월
평점 :
제목: 불멸의 서
77
지은이: 제임스 노티, 마이클 콜린스, 알렉산드라 블랙, 토머스 커산즈, 존 판던, 필립
파커
옮긴이:
서미석
펴낸 곳:
그림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관심을 가질 책의 역사.
밤늦도록 책을 뒤적이다 문득 이 책이란 존재는 어떻게 탄생할 걸까 궁금했던 적 없으신지? 난 종이의 발명과 필사 그리고 인쇄술까지 이렇게 오롯이
내 손 안에 들어온 책 한 권을 만든 그 역사의 발자취가 늘 궁금했다. 인간은 어떻게 '기록'이란 걸 하기 시작했고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대단한 책들은 몇 권이나 될까? 검색하거나 관련 서적도 찾아 읽었지만, 그 갈증은 시원하게 가시지 않고 늘 목과 가슴 언저리에 남아 이따금 나를
괴롭혔다. 그러던 중 드디어 만난 위대한 책, 『불멸의 서 77』. 이 책을 만나려고 나는 그 오랜 세월을 방황했나 보다. 일단 책을 받고 그
크기에 놀랐다. 이 웅장한 크기를 사진에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는데, 시중 다이어리 중 꽤 큰 편에 속하는 빨간 다이어리와 함께 두어도
사진으로는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 같아 아쉽다. 이 책의 크기는 가로 26cm, 세로 31cm, 두께는 2.2cm! 올컬러 양장본으로 고화질
사진 자료가 다수 실려 있어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자, 그럼 『불멸의 서 77』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서문에서 '두루마리와
코덱스', '인쇄본', '모든 사람을 위한 책', '근대의 책'이라는 짧은 글로 기록과 책에 관한 전반적인 역사를 훑어본 후, 본격적으로 불멸의
서적 77권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대별로 분류하여 책을 소개하는데, 그 흐름은 이렇다.
1. 기원전 3000~기원후
999
2. 1000 ~ 1449
3. 1450 ~ 1649
4. 1650 ~ 1899
5. 1900 ~ 현재
크게 5개로 분류한 시대별로 어떤 위대한 책이 살아남아 전해지고
있는지
가슴 벅찬 책의 역사가 빼곡히 실려
있다.
그래, 난 바로 이런 책을 기다렸던 거다!
종이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기록을 남겼을까? 나일강 기슭에서 자라던 갈대 파피루스, 말린 야자잎,
벨럼(송아지 가죽), 양피지(다른 동물 가죽) 등등 인류는 온갖 지혜를 짜내 자신이 지닌 지식과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려 애썼다.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후 999년까지는 주로 어떤 기록을 남겼을지 궁금했는데, 사자의 서, 경전, 고전 의학서, 성경, 서사시, 역사서, 카마수트라
등등 오락을 위한 기록보다는 대의와 뚜렷한 목적이 있는 기록이 주를 이루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긴 기록이라는 그 귀한 작업을 재미로 강행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터. 시대별로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딱 1권씩 뽑아 소개하려고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어버렸다. 모두 대단한 책이라 도저히 1권을
추려낼 수가 없어 그냥 이 책도 저 책도 전부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필사자들의 피, 땀, 눈물이 어린 역대급 서적부터 이것이 신의 경지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실력을 펼친 채식사들의 작품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고전 소설 초판본까지! 살아생전에 한 권이라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감탄에 또 감탄을 자아내는 책의 향연. 보는 것만으로 눈물 나게 즐겁다.

채식사들의 화려한
그림이 돋보였던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시도서', 단테의 '신곡', 현미경 연구와 관련하여 벼룩과 이 같은 작은 생물을 자세히 그려 넣은
'마이크로그라피아', 99cm * 66cm란 어마어마한 판형으로 북미에 사는 497종의 새를 묘사한 '북미의 새', 삽화 수정 과정을 볼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서양 미술사' 등등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눈부시게 찬란하다. 비록 내가 남긴 업적은
아니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이런 귀한 책을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던 순간! 하루에도 수백, 수천 권씩 책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Books that changed history!' 역사를 바꾼 책으로 뽑힌 불멸의 책 77권!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아끼고 아껴서 꼭 딸에게 물려줘야지! 『불멸의 서 77』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