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 부부의 인생에 서서히 파고든 고양이, 치비!

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제목: 고양이 손님

글쓴이: 히라이데 다카시

옮긴이: 양윤옥

펴낸 곳: 박하

 '내 인생에 반려동물이 있다면 어땠을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엄마 덕분에 (진짜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ㅡㅡ!) 어린 시절 눈물 콧물 다 짜며 강아지 한 마리만 키우게 해달라고 애원해도 절대 이룰 수 없었던 꿈, 강아지 키우기. 성인이 되고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는 일하느라 바빠 못 챙겨줄 걱정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는 아기 천사 덕분에 결국 지금까지 키우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지금은 고양이든 강아지든 보이면 예뻐하는 정도로 만족. 아마 이 책 『고양이 손님』에 등장하는 주인공 부부도 처음엔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작은 뜰에 쫄랑쫄랑 나타난 새끼고양이. 옆집 소유가 된 그 새끼고양이는 빨간 목걸이를 차고 방울 소리를 내며 곧잘 부부가 사는 별채 뜰에 나타나곤 했다. 녀석의 이름은 '치비'. 처음엔 관심도 없는 듯 심드렁하게 부부를 쳐다보던 치비는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며 부부의 인생에 스며든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치비를 부부는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치비는 엄연히 '남'의 집 고양이이기에 마음 편히 끌어안지도 못한 채 그저 조심스럽게 집 한쪽에 녀석의 자리를 마련해둘 뿐. 치비와 함께한 나날이 쌓여 갈수록 추억은 많아지고 치비를 향한 부부의 애정은 깊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찾아오던 치비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과연 치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고의 현대 우화 5편'으로 선정되었다는 『고양이 손님』.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그렇게까지 주목받을 작품일까 의아하긴 했지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는 데는 동의한다. 어디선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야옹'하고 나타날 것 같은 새끼고양이(물론 치비는 좀처럼 울지 않았지만). 고양이와 교감하며 느끼는 따스한 정과 인정할 수 없는 힘겨운 이별까지. 이 책은 이런 다양한 감정을 적정 수위를 넘지 않으며 담담하고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이 아닌 희망찬 결말도 이 책의 매력 포인트! 하늘이 주신 선물처럼 부부의 인생에 찾아와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던 '치비'. 치비와 부부가 채워간 그 하루하루가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를 것 같다. 널 만나서 행복했어, 치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