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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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중독자의 여행

글쓴이: 니컬러스 스파크스

옮긴이: 이리나

펴낸 곳: 마음산책


 『일중독자의 여행』, 제목을 읽자마자 어쩐지 마음이 짠했다. 어떤 내용인지 사전 정보를 접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일중독자'라는 네 글자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자꾸 나를 지목하는 것만 같아 어디론가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만 하다가 죽는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나 역시 워커홀릭이기에 한편으로는 동지애를, 한편으로는 묘한 거부감을 느끼며 책을 집어 들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여행기,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서전 혹은 회고록이랄까?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누구던가! <노트북>, <워크 투 리멤버>, <디어 존>, <라스트 송> 등등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 싶으면 원작이 전부 니컬러스 소설이었다. 오랜 시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였기에 무슨 고민이 있겠나 싶었지만, 결국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니 무슨 얘기인지 들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듯하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읽으며 생각지도 않게 참 많이 울컥했다.


 에너지 넘치는 다섯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고 집안일도 하는 작가는 누가 봐도 확실한 '일중독자'다. 사실 그 정도 재력과 인기면 편하게 놀고먹으며 가끔 타자나 두드리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현실은 역시 달랐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날아든 한 평범한 우편물. '하늘 숭배자가 사는 땅으로의 여행'이란 광고지. 평소 같으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 그 전단이 작가의 마음에 찌르르 불꽃을 피운 순간,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과 3주간 세계여행을 다녀오겠노라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작가. 나 같았으면 제정신이냐며 바가지를 긁고 혼내줬을 텐데 작가의 아내는 선뜻 잘 다녀오라면 남편을 보내준다. 이런 성인군자를 보았나. 그러니 이 책의 절반은 작가 아내의 공이다! 멋진 관광지를 누비며 꽉 찬 머리를 비우고 재충전해서 돌아오려고 그러나 싶었던 이 찜찜한 여행. 툴툴거리며 따라나선 그 여행은 조금씩 작가의 어린 시절로 그리고 이제는 곁에 없는 가족 이야기로 흘러갔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어머니, 병으로 쓰러진 사랑하는 여동생, 반쪽을 잃고 무너진 아버지 그리고 아픈 손가락인 둘째 아들까지... 실타래 풀어지듯 하나씩 드러나는 얘기에 자꾸만 가슴이 먹먹하고 평범해서 지겹다고 느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됐던 순간이었다. 왜 그렇게 일에 미쳐 살아야 했는지, 작가가 마음껏 위로하고 토닥여주지 못했던 그 시절의 자신을 힘겹게 끌어안으며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참지 못하고 그만 울어버렸다. 바보 같은 나를 한 없이 탓하면서 그렇게 펑펑...


 형과의 대화를 통해 기억을 꺼내고 추억하며 되돌아보는 작가에게 형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 모두 떠났지만, 아직 서로가 있기에 이 여행은 더욱 뜻깊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함께 머리를 맞댄 이 소중한 순간이 오늘도 내일도 작가를 살아가게 해줄 테니까. 그런데...모든 여정을 끝내고 한껏 후련하고 따스해진 마음으로 '옮긴이의 말'을 읽다가... 충격! 굳건한 줄 알았던 니컬러스의 가정이 무너졌다는 이야기. 아내와 이혼을 했다고... 책에서 느낀 감동과 여운만을 담고 서평을 끝낼까 하다가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쩌면 이것이 진짜 인생이 아닐까 싶어서다. 3주간의 여행을 통해 많이 단단해졌을 작가가 이 책이 출간됐던 200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을지 우리는 모른다. 인생은 절대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단 걸 알기에 그때도 지금도 이건 오롯이 작가의 인생이란 걸 인정하고 받아주는 아량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작가가 이젠 다른 상황이 됐다고 해서 우리에게 달라질 건 없지 않을지. 배신감, 실망 다 이해하지만 우리의 내일도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으니 서로 좀 더 보듬어 주기를... 역자님의 후기 덕분에 책을 두 번 읽은 기분! 오랜 세월이 흘러 어쩌면 한국에서 만나지 못했을 이 작품을 운명이라 믿고 정성 가득 담긴 멋진 문장으로 옮겨주신 역자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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