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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뻥튀기 먹는 날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61
이미자 지음 / 꿈터 / 2018년 12월
평점 :
제목: 오늘은 뻥튀기 먹는
날
글 & 그림:
이미자
펴낸 곳: 꿈터
출판사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신나서
쫄래쫄래 따라갔던 시장. 철컹철컹 무쇠 가위질에 박자 맞춰 목청 돋우는 엿장수 아저씨. 백 원만 빼달라며 부추 한 단에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진
채소 가게. 난전에 쪼그려 앉아 사탕 하나 입에 털어 넣으시던 주름 자글자글한 할머니들. 쿰쿰하고 비릿한 생선 가게를 지나면 오색빛깔 예쁜
과일을 탑처럼 쌓아놓은 과일 가게가 나오고 종일 기름 냄새 풍기는 부침개 집을 지나 걷고 또 걷다 보면 폭탄이라도 터졌는가, 뻥이요, 뻥! 놀란
가슴 쓸어내리기도 잠시, 여기저기서 터지는 기대 가득한 외침. "와, 뻥튀기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너머로 우수수 쏟아지던 뻥튀기.
떨어진 뻥튀기 하나 먹을까, 좀 주지 않을까 뻥튀기 아저씨 주변에 오종종하게 모여 앉아 있던 아이들. 나도 저 무리에 끼어볼까 고민하다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엄마 손에 이끌려 아쉽게 뒤만 돌아보며 멀어져간 기억. 내 추억 속의
뻥튀기!
고이 접어 사진첩에라도 넣어둔 양 잊고 있던 추억을 한 장, 한 장 떠올리며 미소짓게 된 건, 이
책 『오늘은 뻥튀기 먹는 날』 덕분이다. 설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산골짜기에 사는 삼 남매는 엄마가 챙겨주신 옥수수와 감자를 들고 뻥튀기를
튀기러 아랫마을로 향한다. '하하, 호호, 헤헤' 웃음꽃을 피우며 사이좋게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드디어 뻥튀기 집에 도착한 삼 남매. 이런,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기다리던 중, 갑자기 '뻥이요, 뻥!' 아이고, 뻥튀기 집에 처음 온 막내 미나는 깜짝
놀란다. 도시락으로 싸 온 감자를 먹고 꾸벅꾸벅 졸다 보니 드디어 삼 남매의 차례.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커다란 자루를 메고 뻥튀기 집에서
나선다.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인 삼 남매는 너도나도 배고프다며 여기서 꼬르륵, 저기서 꼬르륵. 집까지 세 고개나 넘어가야 하기에
주섬주섬 뻥튀기를 꺼내먹으며 발길을 재촉하는데 그만 날이 어두워져 버린다. 삼 남매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때 묻지 않은 삼 남매의 우애와 아이다운 순수함에 반해 왔다 갔다 여섯 고개가 힘든 줄도 모르고
졸졸 따라다닌 나. 다리 아픈 삼 남매가 쪼그려 앉아 고소한 뻥튀기를 먹을 때면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아 뻥튀기를 하나씩 털어 넣으며 연신
'고소해, 고소해'라고 중얼거렸다. '얘들아, 집에는 언제 가려고 그러니.' 아무리 말리고 얼러도 뻥튀기 앞에 눌러앉은 아이들은 엉덩이를 뗄 줄
모르고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를 무렵 멀리서 반짝이는 엄마, 아빠의 희미한 불빛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는 한눈팔지 말고 일찍 다녀'라고
걱정 섞인 잔소리를 내뱉는 나는 어느새 삼 남매 또래 꼬마 아이의 모습이었다. 현실을 실감하지 못한 채, 꼬마인 모습 그대로 엄마 손을 잡고
거닐던 시장으로 그리고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던 뻥튀기 아저씨 옆으로 그렇게 한참 고소한 추억 속을 거닐었던 시간. 우리 꼬마가 이 뻥튀기 맛을
알까? 혹시 먹으려나 해서 17개월 된 딸내미 입에 쏙 넣어주니 오물오물 맛있게 잘도 먹는다. '딸, 고소하지? 그게 바로 엄마의 추억이야.
고소해서 자꾸만 꺼내 보고 싶은 그런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