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 행복한 개인주의자의 누가 있지 않아도 되는 일상
야오야오 마반아스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글 & 그림: 야오야오 마반아스

펴낸 곳: 문학테라피 / 도서출판 아름다운사람들


 예전에 독신 여성의 생활을 그리는 작가라며 소개글과 함께 몇몇 그림을 실은 포스트를 본 적이 있다. 마우스 스크롤 바를 굴리며 화면을 내리던 그 찰나의 순간에 이미 마음을 뺏겼던 그림. 차에 앉아 혼자 우는 모습,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 씻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마감에 치여 밤샘 작업하는 모습. 누군가의 인생을 오롯이 화폭에 옮긴 것처럼 온갖 감정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가 스쳐 지나갔다. '이 작가 대단하다. 정말 보통이 아니야!' 이번 만남이 마지막은 아니겠구나 직감했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작가라는 강한 예감. 역시 여자의 촉은 용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료한 일상을 지내던 어느 날, 문득 눈에 띈 그 그림!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세상에, 한국에 출간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람!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다.


 어쩐지 포카혼타스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디즈니 애니메이터라는 작가. 미국 느낌, 디즈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행복한 개인주의자의 누가 있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란 부제도 완전 취향 저격! 이미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나지만, 가끔 그리운 혼자였던 시절을 추억하며 한 장, 한 장 아끼는 마음으로 읽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반려견을 키우며 산다는 야오야오 마반아스 작가, 여러 대기업과 굵직한 작업을 진행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워커홀릭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자신의 외로움, 슬픔, 무력함 등의 약한 모습은 물론 행복, 따스함, 충만한 감성 등의 기분 좋은 순간까지 전부 이 책에 담아냈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혼자인 순간들을 작은 이야기로 그렸다는데,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니 그녀의 글과 그림엔 확실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한국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하여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첫 책을 출간했다는 작가. 그래, 우리 인연은 우연이 아닌 운명임이 확실! 이렇게 날 찾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도와주는 사람 없이 홀로 밤샘 작업하며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짬을 내어 강아지와 산책하고 때론 쇼핑도 하는 소박하고 소중한 일상. 호박 속을 싹싹 파내어 핼러윈 호박등을 만들고 추수감사절 만찬을 차리는 즐거운 순간, 굳이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혼자만의 행복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물론 혼자라서 외로울 때도 있지만, 늘 곁에 있어 주는 강아지의 따스한 온기면 에너지 충전! 힘들어서 눈물이 핑 도는 날엔 펑펑 울고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집을 싹 청소하고 배가 고플 때는 면 요리를 준비해 후루룩 면치기로 흡입한다. 분명 '내'가 아닌 '너'의 일상임에도 너와 내가 하나인듯 손끝에서 눈빛에서 표정에서 그리고 분위기에서 오롯이 전해지는 순간의 감성과 진심에 가슴에 찡한 시간.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같이 웃고 마침내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 자꾸만 붙잡게 되었던 '너'와 '나'의 파노라마 같은 소중한 순간들. 행복하다. 

 

 

 

 

"7월의 크리스마스 라이트

마음속에 오래 꿈꿔온 순간이 있다.

반짝이는 건 다 좋아하는

파커를 데리고

다큐멘터리에서 본 반딧불 섬으로

단둘이 캠핑을 가고 싶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곳에서

손전등 하나 들지 않고

작은 빛무리를 따라 하염없이 걷고 싶다.

그 전에 극복해야 할 것 한 가지.

벌레 공포증."

 

 

 까만 밤을 반짝반짝 수놓는 반딧불의 영롱한 불빛을 나도 볼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편한 신발에 가볍게 꾸린 배낭 하나만 들고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 혼자 출발한 '너'의 발걸음을 급히 쫓아가고 싶다. 행복해서 폴짝거리는 파커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코를 맞대고 '착하다' 칭찬해주고 혼자여서 좋다는 '너'의 일상에 슬그머니 물들어 그 순간을 함께하고픈 욕심. 작가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마음대로 내 친구로 삼아버린 나를 열렬한 독자이자 인생의 친구로 여겨주기를. 진심이 묻어나는 따스한 그림에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그동안 많은 책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 책만은 꼭 끌어안고 절대 놓치기 싫은 그런 마음. 콩닥콩닥 따스함을 뿜어내는 이 온기가 오래도록 식지 않고 내 마음에 머물러 주기를. 모두 잠든 야심한 밤. 나는 그렇게 바라도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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