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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 조선일보 편집자의 현장 기록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018년 11월
평점 :
제목: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지은이:
주영훈
펴낸 곳:
가디언
내일 자 조간신문 편집을 마치고 후련한 마음으로 커피를 한 모금 넘긴다. 철컹철컹, 윤전기는 우렁찬
기합을 뿜으며 내일 새벽 전국으로 배달될 기사를 종이에 박아 넣는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마음처럼 되던가? 갑자기 터진 뉴스 속보에 편집실
야간 근무팀은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정확한 정보라면 기계를 잡기라도(윤전기 가동 중지!) 할 것을, 모호한 한 줄짜리 외신 속보에 편집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사를 수정할지 말지 고민을 거듭한다. 이미 찍어낸 부수는 어쩔 수 없어도, 속보가 들어오면 남은 부수는 새롭게 찍어내야 하는
상황. 그렇게 신문 편집부는 발 빠른 소식을 전하려 24/7 불철주야로
달린다.
며칠 전에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이란 책을 읽으며 영화 잡지에 실을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맛보았는데, 이번엔 신문 편집실을 만났다. 2002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2006년부터 1면 편집을 맡은 주영훈 작가의 편집
일지,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늘 폭풍전야 상태인 신문 편집실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 책 덕분에 마치 편집부 신입 사원
교육이라도 받는 양 나도 덩달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평소 신문을 잘 챙겨보진 않지만, 신문 편집실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작가가
피나는 노력으로 일군 편집 실력과 글솜씨 덕분이었을까? 웬만한 소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재밌는 이 책,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이 책은 '1부,
편집국 이야기', '2부, 제목 이야기'와 '3부, 신문 편집 이야기' 그리고 짧은 에필로그와 감사의 말로 구성되었다. '편집국 이야기'
편에서는 마감이 지난 후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으로 인해 피 말리는 눈치작전을 펼치며 1면을 수정하는 편집실 상황을 묘사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급박감에 흥미진진하다 못해 전율이 일 정도! 당사자들을 속이 타들어 갔겠지만 독자인 나는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기에 생동감 넘치고, 수정 전후의 신문 1면을 비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제목 이야기'에서는 구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제목을 정하려 선택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와 패러디 제목 그리고 의도치 않게
독자에게 상처를 준 씁쓸한 제목까지 다양한 사연을 접한다. '신문 편집 이야기'는 지금까지 이어진 신문 편집에 관한 모든 요소가 접목하여 다양한
신문 1면을 살펴보며 편집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신문 편집자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허공에도 활자가 둥둥 떠다닐 것 같은
답답한 편집실에서 오늘도 최고의 한 줄을 뽑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끙끙댈 편집자들, 그 노력의 결실로 발간된 종이 신문을 우리는 너무 당연한
듯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닌지. 쉽게 마시는 커피 한 잔, 쓱 닦고 버리는 티슈, 종이 쓰레기 분류함에 던져 넣는 신문까지 사람의 노력 없이는
어느 하나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짜릿한 편집실 상황과 더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저런 생각에 푹 빠졌던 시간. 최고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북미 싱가포르 회담을 돌연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다시 조정 중이라고 말을 뒤집어 이틀간 마감 직전 30분 동안
종합면 전체를 바꾼 아찔한 순간을 꼽겠다. 발등에 불 떨어진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는 신문
기자 혹은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어두운 밤, 한 줄기 등불처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좋은 책이다. 신문 편집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에게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