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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제목: 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글 & 그림:
박지영
펴낸 곳:
21세기북스
분홍색 커튼
아래로 고개를 쏙 들이민 고양이. 봄날 강아지풀처럼 통통하게 살이 오른 꼬리와 짧은 두 다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심쿵! '친구야, 넌 뭘 보고
있니? 나도 좀 알려줘. 같이 보자, 응?' 포근하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홍색 표지를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음각으로 새긴 제목에 손가락이 닿자
눈앞에 고양이를 쓰다듬는 착각에 빠져든다. 자세히 읽기 전, 쓱 훑어봤더니 동물 뒷모습과 옆모습으로 가득한 이 책. 작가는 대체 무슨 사연으로
정면이 아닌 뒷모습에 집중했는지 궁금하다. 이유가 뭘까?
매일 혼자라서
외롭고 미래가 두렵지만 끝까지 참고 견디던 어느 날, 한 영화 대사에 사정없이 무너진 마음의 둑.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펑펑 울게 한
대사는 이것이었다. "두려워하지 마. 너는 절대 혼자 있지 않을 거야. 내가 지켜줄게!"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주저앉자 슬그머니 다가와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 반려묘, 러블리. 새삼 자신을 위로하는 친구의 존재를 깨달은 작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동물 친구들의 뒷모습에 담긴 한결같은 마음에
주목한다.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 날, 늘 우리 곁을 지키는 동물 친구들. 그 든든한 뒷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정성껏 담아낸 『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면 좋겠어』. 이 책은 그저 바라만 봐도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과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굳게 닫힌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비 내리는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는 고양이, 선인장에 고개를 파묻은 고슴도치, 거울을 보는 까만 푸들, 환한
보름달 아래서 구슬프게 울부짖는 늑대, 얼음이 녹아버린 망망대해에 허탈한 북극곰, 푸른 초원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자, 눈사람 앞에 주저앉은
복슬복슬 강아지, 쭈글쭈글 조끼를 입은 듯한 샤페이, 사냥이라도 하려는지 어항 속 금붕어의 뒤를 쫓는 샴 고양이. 끝없는 사막에 터벅터벅 발을
내딛는 낙타. 셀 수 없이 많은 동물의 뒷모습을 만나게 되는 순간, 마치 그 자리에 함께인 것처럼 슬그머니 쓰다듬고 어깨동무를 하게 된다.
부드러운 털을 만지고 작은 앞발과 악수하고 발바닥을 간질여 괴롭히고픈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한없이 행복해지는 시간.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했던
불안과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고 잠시 그림을 보는 그 순간에 오롯이 취하게 되니 참 행복하다.
사람과 동물이 같이 등장하는 책 뒷부분은 특히 좋았다. 너와 내가 함께라 외롭지 않고 안정된 느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소울메이트처럼 그렇게 많은 날을 함께했을 두 그림자. 행복을 전하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미소짓고 있었다. 이 책이야말로
요즘 대세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긴장이라는 빗장을 풀고 한없이 녹아내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