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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토커 ㅣ 스토리콜렉터 69
로버트 브린자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평소처럼 퇴근하고 돌아온
집. 예상은 했지만 아무도 없어 쓸쓸하기만 하다. 일단 씻자는 생각에 샤워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음료를 꿀떡꿀떡 마시는 당신, 그리고 그런 당신을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 갑자기 정신이 아득하고 몽롱해진 순간 범인이 어둠 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아뿔싸! 저항하고 싶지만 이미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목을 조르는 범인의 손아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범인의 다음
희생자는 과연 누구일까?
소설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 소식을 듣는 기분이라 더 소름 돋고 무서웠던 소설, 『나이트 스토커』. 이 책은 데뷔작 『얼음에 갇힌 여자』로 큰 인기를
끌었던 로버트 브린자의 두 번째 소설이다. 여성인 에리카 경감이 수사를 이끄는 시리즈로 원서로는 지금까지 총 6권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번에 2권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얼음에 갇힌 여자』가 살짝 지루했다는 평이 있어 걱정했지만, 『나이트 스토커』를 읽어
보니 가독성과 심리 묘사가 상당히 세밀하여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에리카 경감 시리즈는 챙겨보게 될 것 같다. 그럼, 책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이
책은 첫 살인사건과 함께 시작된다. 피해자는 가정의학과 의사인 그레고리 먼로. 공교롭게도 그의 엄마가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에리카 경감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범인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두 번째 살인부터다. 첫 사건과 다르게 두 번째 사건부터는 일련의 과정과 생명의 불이
꺼져가는 피해자,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전율하는 미친 살인범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두 번째 살인이 끝나고 독자는 살인범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때부터 우리는 에리카와 범인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한 그림
안에서 볼 수 있다. 세 번째 살인 피해자는 의외의 인물이라 경악! 그리고 네 번째 피해자는 범인에게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로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이 소설은 사건 수사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면에서 신선하고 독특하다. 영국 드라마
<마르첼라>가 연상되어 끊임없이 겹치는 느낌! 이 책을 재밌게 읽은 분이라면 영드 <마르첼라>를 추천한다.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외에 『나이트 스토커』의 또 다른 매력을 뭘까? 그건 아무래도 탁월한 심리 묘사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2년 전, 작전 수행 중에 남편 마크와 동료를 잃은 에리카의 인간적 괴로움과 학대와 방치로 고통받던 범인의 심리 상태가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어 몰입감을 높였다. 흡입력과 가독성이 미칠 듯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편! 책을 덮고 나서 여전히 지속되는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문이 잘 잠겨있는지 확인했다는...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서웠던 『나이트 스토커』. 그 스산한 느낌이
꽤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