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이는 이노우에 마기의 소설,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일본에서 2015년에 발표됐던 이 작품은 2016년에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에 올랐고 여러 차트에 연이어 선정되며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법! 어떤 괴물 작가이기에 이토록 큰 기대를 몰고 다니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모델 혹은 아이돌인가 싶을 만큼 호리호리하고 길쭉한 키에 새하얀 얼굴, 묘한 매력을 풍기는 파란색 머리카락에 그윽한 눈동자까지. 표지를 장식한 이 남자가 바로 소설의 주인공, 우에오로 조 탐정이다.
명탐정 코난의 신이치 버금가는 외모에 심장이 콩닥콩닥. 주인공 매력 면에서는 일단 합격! 이야기는 어떨까?

 오래전, 바깥세상에서의 삶을 포기한 이들이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 분지에 모여들었고, 교주 한 명을 중심으로 신도 30여 명이 집단생활을 시작했다. 초등학생인 소녀 리제는 고등학생인 소년 도우니와 친남매처럼 가깝게 지내며 무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진으로 인해 마을의 유일한 식수원인 강이 끊기고 설상가상으로 교주가 유일한 통로까지 폭파하면서 그곳에 고립된다. 지진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후의 만찬을 벌이며 남은 식량을 다 먹어치우고 배전이라는 강당에 모여 죽음을 준비하는 신도들. 모두 엎드려 기도하던 순간,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든 소녀 앞에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진다. 교주가 앞줄에 있던 신도부터 차례로 목을 잘라 살해하는 게 아닌가! 교주가 마침내 소녀 앞에 도달한 순간, 도우니는 소녀는 안고 도망치고 소녀는 기절한다. 소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도우니는 목이 잘린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결국 그 사건에선 소녀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는데... 세월이 흘러 그 소녀는 기적을 믿는 탐정, 우에오로에게 도우니를 살해한 게 자신인지 조사해달라고 의뢰하고 탐정이 사건을 맡자마자 추리 대결을 요청하는 불청객이 줄을 잇는다. 대체 탐정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리고 도우니 사건의 진실은?

 

 

 

 

 신흥 종교가 집단으로 생활하던 마을의 지도. 이 지도를 보니 『시인장의 살인』이란 책이 떠올랐다. 일본은 추리소설에 이런 지도를 싣는 게 유행인가? 어쨌든 이 지도 덕분에 당시 사건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보며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묘미는 여러 특이한 등장인물인데, 일단 주인공부터가 참 범상치 않다. '기적'이라 불릴만한 모든 가능성을 격파하는 여느 탐정과 달리 주인공, 우에오로는 진짜 기적을 증명하려 애쓴다. 셜록 홈스의 단짝인 왓슨처럼 늘 우에오로의 곁을 따라다니는 사채업자 푸린.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지만 어쩐지 우에오로에게는 관대하다.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절대 없다지만, 두 사람이 뿜어내는 오묘한 캐미가 사람은 은근히 설레게 하더라.

 이 소설의 두 번째 매력은 독특한 전개 방식! 마치 끝판왕을 향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임처럼 탐정 앞에 대결을 청하는 적이 차례로 등장한다. 전직 검사인 다이몬 노인, 푸린과 악연인 리시, 한때 탐정의 조수였던 천재 소년 렌까지 마지막에 숨어 있는 끝판왕을 보호하려는 듯이 거침없이 탐정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래서 전개가 좀 산만하긴 했지만 여러 각도에서 사건에 접근하며 추리할 수 있어 기발하고 신선했다. 이 작품의 속편인 『성녀의 독배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가 있다는데 언제 출간될지 벌써 기다려지는 상황. 그럼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문득 궁금할 사항, 제목이 대체 왜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인가? 그 해답은 탐정의 대사에 있다. 상대가 내민 추리에 반격을 시작할 때, 우리의 탐정이 하는 대사가 바로 이것! 이 소설 이래저래 참 매력적이다. 연쇄살인마와 싸우는 무겁고 심오한 릴레이식 사건 수사에 싫증을 느낀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가독성은 탁월하지만 트릭은 절대 얕지 않은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로 신선한 콧바람을 쐬면 어떨까? 이 소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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