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통 튀어 오를 것 같은 펑퍼짐한 몸매에 만사가 귀찮다는 듯 누워있는 팔자 좋은 자세. '저게 눈이야, 단춧구멍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작은 눈. 하지만 슬며시 미소짓는 아저씨 고양이. (근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저게 무표정인가 싶기도...) 표지를 보며 투실투실한 고양이를 따라 슬며시 미소짓게 되는 이 책은 <카모메 식당>,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로 유명한 무레 요코 작가의 에세이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란 책에는 작가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여러 동물의 이야기와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일상이 담겨 있다. 무레 요코 작가의 작품을 볼 때마다 따스한 위로와 잔잔한 감동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 받곤 했는데, 따사로운 햇살 같은 작가의 일상을 훔쳐보며 그 따스함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
 

 너무 당당해서 황당한 불청객

                   길고양이 시마짱

 

 

 

 

 '안녕들 하쇼?'. 늘 그렇듯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기며 작가의 집으로 찾아오는 불청객, 길고양이 시마짱. 엄청난 먹성으로 하루에 고양이 먹이 6캔을 먹어치우고 옆집으로 슬그머니 건너가 날달걀과 우유까지 얻어먹는 뻔뻔한 고양이. 그런 녀석이 미울 만도 하건만 작가와 친구는 그 아저씨 길고양이를 살뜰하게 챙기며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길고양이지만 길들이려 노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곁을 내 준 두 사람. 고양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이것저것 시도하지 않아서 시마짱이 더 편히 쉬다 갈 수 있었던 거겠지? 고양이를 비롯한 여러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건, 바로 모기! 산책 다녀온 고양이의 등에 몰래 붙어 숨어들어오는 모기와의 혈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무례한 흡혈귀라 칭하며 모기를 때려잡는 작가에게 머리부터 내려쳐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기술(?)을 배우고 개와 고양이의 성향 차이 그리고 죽음을 맞기 전 쇠약해져 가는 동물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사연에 귀 기울이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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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뻔한 시마짱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작가의 집고양이

시이                        

 

 

 

 

 

 작가가 담담하게 전하는 집고양이 시이와 길고양이 시마의 이야기를 통해 '묘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며 어쩐지 길고양이들의 삶이 참으로 고달프고 애처로워 가슴이 아프다가도 그 뻔뻔함과 애교에 금방 웃어버리곤 했던 시간.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작가는 어떠한 것이 옳고 그르다는 잣대나 강한 주장 혹은 비난 없이 그저 담담하게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해달라는 호소나 부탁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그 따스함에 어느덧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나도 동물과 좀 친하게 지내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 과하지 않아 좋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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