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가만히 눈을 감고 앞으로 3, 40년 후를 상상해본다. 지금 산 만큼만 더 살면 맞이하게 될 70대. 내가 그리는 70대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여러분도 생각해보시길! 70대라면 어쩐지 허리가 구부정하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며 심심하고 적적한 삶을 보낼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100세 시대라는 요즘 70이면 중년이건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밀려오는 배신감! 그러나, 이 책을 보니 그런 생각은 'No, No!'. 이런 멋진 70대라면 기대되고 또 기대된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에서 만난 귀엽고 매력적인 70대 노인 다섯 분은 말 그대로 유쾌, 상쾌, 통쾌! 재미없게 사는 나보다 이 노인 강도단이 백 배, 아니 천 배는 더 재밌게 사는 것 같다. 결국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에 이어 세 번째이자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너무 재밌어서 다음 편을 기대했건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혹시 번외편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꼭 부탁드립니다, 순드베리 작가님. 하여튼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노인 강도단의 리더이자 천재와 약혼한 사이인 메르타, 노인 강도단의 브레인 담당인 천재,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과 컴퓨터 쪽을 꽉 잡고 있는 안나그레타, 전직 선원이자 정원 가꾸는 걸 좋아하는 갈퀴, 문학과 미술을 사랑하는 막내 스티나.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이 노인 다섯 명이 모여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파라다이스인 '환희 마을' 조성을 꿈꾸며 돈을 모으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멋지게 은행을 털고 아지트로 돌아와서는 작은 실수로 범행에 사용했던 쓰레기 수거 트럭을 옆집 수영장에 빠트리고는 방법을 고심하다 아예 시멘트로 수영장을 메워버리는 등 이 노인 강도단의 통통 튀는 행보는 너무 창의적이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은행 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탈세범의 재산을 회수하는 일에 눈을 돌린 노인 강도단은 범행을 계획하며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잠시 도피했다가 더 큰 한탕을 노리며 호화 요트에 접근한다. 과연 노인 강도단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다섯 노인의 유쾌한 범죄 행각에 626페이지의 벽돌 같은 이 책의 두께가 무색하리만큼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 재밌어도 정말 너무 재밌다!

 오랜 시간 수중고고학자로서 연구하며 여러 박물관에서 근무했던 순드베리 작가님의 특이한 이력과 더불어 어쩜 이렇게 유쾌한 소설을 쓸 수 있는지 그 능력과 재치가 질투 날 정도로 부러웠다. 한국에서도 한때 <마파도>와 같이 노인이 활약하는 영화가 큰 흥행을 거뒀듯이 우리가 이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쩌면 노년에 대한 불안감과 색안경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깔린 '노인네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무시와 조롱이 반비례로 작용하며 노인의 멋진 활약상에 더욱 감탄하고 놀라게 하는 것이리라. 나 역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노인 강도단이기에 더 즐겁고 스릴 넘쳤다.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팬클럽이 있다면 가입하고 싶은 심정! 이 앙증맞고 순수한 노인 강도단에게 과연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단 한 편의 이야기로 노인 강도단의 열렬한 팬이 되어 버렸다. 혹시 뵙는다면, 레몬 비스킷과 북극산 오디주 한 잔 대접받을 수 있을까? 이 세상 어디엔가 정말 있을 것만 같은 노인 강도단의 건강을 기원하며 부디, 제발, 꼭 번외편으로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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