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순정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예쁜 남녀 고교생. 빼어난 외모도 외모지만 사연이 있는 듯한 까만 눈망울에 마음을 뺏겨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학창시절. 그래서 더 아련하고 애착이 가는가 보다. 두 주인공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리고 둘은 서로
좋아하게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가라앉히며 두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에는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한 달에 한 번씩 기억이 리셋되는 이상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여주인공 아키야마 아스나. 수학 천재인 그녀는 생일과 핸드폰 번호가 친화수인 남자 주인공 '나'에게 친구가 되어달라
청한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지닌 숫자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 그렇게 두 사람은 한 달 주기로 사라지는 기억을 극복하며 탄탄한 우정
혹은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처음엔 수학 천재인
아스나가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복잡하고 지루해서 '뭐 이런 아이가 다 있지?'라고 생각했다. '좋아해'나 '예쁘다'가 아닌 친화수나 소수, 제곱
등의 수학 이야기를 로맨틱하다고 여기는 여주인공에서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던 상황. 그에 비해 평범하고 쓸쓸한 남자 주인공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고 애착이 갔다.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에 익숙해지며 한발, 한발 다가서는 상황이 늘 유쾌하고 신나지만은 않았지만, 이 더딘 행보에 담긴
서로의 진심과 숨겨진 아픔을 알기에 나는 매 순간 숨죽인 채 집중했다. 일본 소설이나 영화는 분위기가 참 비슷하다.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잔잔하게 진행되다가 때가 되면 절정으로 휘몰아치며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그런 패턴. 이번 소설 역시 그랬다. 남자 주인공이 아스나의
일기장을 보며 그동안 몰랐던 모든 정황을 알게 되는 순간, 남자 주인공도 나도 펑펑 울고, '그렇구나, 너의 마음이 그런 거였구나.'라며 별로
정이 가지 않던 여주인공, 아스나에게 불현듯 마음을 뺏겨버렸다. 어떤 중대한 일로 한순간에 두 사람은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리지만. 심장은
서로를 기억한다. 심장의 그 따스한 두근거림과 친화수가 두 사람을 다시 연결해주리라! 나름 행복한 결말이었기에 마음이 더
따스했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이것 역시 일본 감성이기에 애잔하고 가슴 떨리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 특유의 색깔로 모두가 그리워하는 학창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를 풀어낸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깊어가는 가을 달콤한 로맨스가 그리운 독자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