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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에서부터 솔직함이 묻어난다.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먹고살기 위해 일은 하지만,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눈물로 참아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에잇, 도저히 못 해 먹겠다!'라고 사표를 던지는 일이 과연 가능하긴 할까? 물론 못할 건 없지만, 그만둔
후에 바로 닥칠 쪼들림을 생각하면 손에 쥐고 있던 사표는 다시 조용히 가방에 넣어둘 것 같다. 사표를 냈다는 이 책의
작가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의 작가, 단노 미유키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계약이 만료되어 2014년 8월부터 2015년 1월 초까지 약 5개월가량 1차
백수 생활을 하다가 어렵게 취직된 잡지사에서 2015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겨우 1년을 채운 후, 2016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다시 백수 생활에 돌입한다. 책이 출간된 현시점에는 프리랜서로 편집 업무와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심리 에세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닌, 작가의 백수 일기이자 사원 일기다. 백수와 사원을 오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날의 감정을 솔직히 담았으며 수입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미묘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백수 시절엔 갑작스러운 작은 지출에도 긴장하기 일쑤지만, 직장인일 땐 바에서 한 잔에
2000엔이나 하는 술을 즐기는 등, 수입 여부에 따른 인생의 소소한 변화를 담담히 풀어낸 작가의 일기는 상당히 공감이
갔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프리랜서인 나는 일이 없으면 딱 하루만 즐겁고 다음 날부터는 어쩐지 기운이 쭉
빠지는데, 작가의 백수 생활은 생각보다 즐거워 보여서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하는 술자리, 맛있는 간식을
준비하여 삼삼오오 나서는 꽃 나들이, 잘 아는 밴드 공연 관람, 고향 집 방문 등등, 작가의 백수 생활은 우울하거나 기운 빠질 새가 없다.
물론,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에서는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니 흐뭇하다. 여느 책과 달리 작가의 일기를 그대로
실은 글이라 상당히 특이했고, 읽다 보니 글에 동화하여 작가의 삶을 그대로 체험하는 듯한 착각까지 들더라는... 하하! 책의 앞 뒷장을 가득
채운 예쁜 핑크 꽃처럼 작가의 인생이 늘 꽃길만 걷기를 바라며, 이 책을 사표만 만지작거리며 오늘도 고민하는 분, 본의 아니게 잠시 쉬게 된
분, 스트레스나 말 못 할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두신 분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