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호주 제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의 귀환! 스릴러의 거장이란 타이틀과 쏙 빨려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는 호평 덕분에 기대, 또 기대됐던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신작 <나를 쳐다보지 마>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이 이끄는 여덟 번째 이야기이자, 나와 작가의 첫 만남을 성사시킨 책이다. 첫인상이 남긴 순간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는데 마이클 로보텀이 남긴 첫인상은 대호감. 아직 읽지 못한 전작으로의 역주행을 부추기는 흡입력에 푹 빠져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한 집에서 살해당한 모녀. 한데, 사체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자그마치 36번, 그것도 은밀한 부위를 난자당한 채 잔인하게 살해당한 엄마 엘리자베스와 달리, 딸인 하퍼는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단아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하퍼의 사인은 질식사. 전혀 다른 두 사체의 상태와 더불어 알 수 없는 기이한 상징이 살인 현장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바로 이 사건 때문에 조 올로클린이 범죄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별거 중이라 떨어져 사는 부인, 두 딸과 함께 여름을 보내게 된 조에게 사건 프로파일링 요청은 달갑지 않았지만 자기 이름을 들먹이며 돌아다니는 사기꾼 소식을 듣고 경찰에 협조하게 된다. 과연 조는 가족과 화해하고 잔인한 살인마 검거하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나를 쳐다보지 마>는 총 536페이지로 일명 '벽돌책'이다. 상당한 두께에 이 책을 온전히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역시 모두가 보장하는 작가답게 술술 읽히고 세밀한 묘사 덕분에 마치 사건 현장에 있는 듯 책을 붙든 손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조가 사건 현장 재현을 위해 사용한 3차원 스캔 이미지를 따라, 잔혹하게 살해된 엘리자베스의 시체가 있는 1층 거실에서 2층의 하퍼 방까지 조의 시선을 통해 현장을 조사하며 범인을 밝히고자 눈에 불을 켰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짓. 일단 다 의심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이놈, 저놈 의심해봤지만, 용의자가 많기도 많거니와 누가 범인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대체 사건은 언제 해결될 것인지 400여 페이지를 달려 조바심이 들 때쯤 작가는 지금까지 따라오느라 수고했다며 격려라도 해주듯이 미칠듯한 고공비행을 시작한다. 이 순간에 도달하면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를 외치며 사공이 힘차게 노를 젓듯 속도를 내게 된다. '마지막 100페이지에 도달하면 결코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사실임!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조와 살인마의 시선을 교차하며 사건을 쫓을 수 있다는 것인데, 글씨체가 달라 화자가 누구인지 바로 구분할 수 있다. 익숙해지니 살인마의 글씨체가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한 채로 '그래서 넌 대체 누군데?'를 수없이 되풀이하며 범인을 쫓았다는... 스릴러 소설이라 내용을 많이 적을 수 없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꿀꺽 삼켜야 하기에 지금, 이 순간 대나무 숲으로 달려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건 직접 읽어 봐야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긴장감이기에 오래도록 진행되는 전주에 지치지 말고 후렴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절정을 만끽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다들 긴장하시고, 마이클 로보텀을 만날 준비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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