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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늘 여기 - #시 #사랑 #엽서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9월
평점 :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굳이 추억이 담긴 CD나 LP로 음악을 듣고 싶은 그런 밤. 그래, CD보다는 LP가 좋겠다. 타닥타닥 튀는 소리마저 감성을 자극하는 야심한 밤, 노란 스탠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책을 딱 한 권 펼 수 있다면 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고르겠다. <다만 오늘 여기>, 밥북 출판사에서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에 감성 이미지와 캘리그라피를 더해 엮어낸 엽서북이다. 몇 번을 봐도 새롭고 자꾸 찾게 되는 매력적인 책. 깊은 밤, 끝없이 밀려드는 감성의 파도에 흠뻑 취해보자.


<오늘도 이
자리>
오늘도 이 자리
떠나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대 자꾸만
좋아지니
잊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알록달록 고운 풍경,
갈색빛 아련한 추억, 가만히 손가락을 대보게 되는 빗방울까지 <다만 오늘 여기>에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과 따스함이 담겨
있다. 뽀얗게 끓여낸 순두부처럼 몰랑하고 두근두근 설레다가도 까맣게 타고 남은 한 줌 재처럼 허탈했다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눈물이 글썽하기도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시, 사진, 손글씨라는 절대 3박자가 빚어낸 감성에 빠져 한껏 취하게 되는 그런 시간. 누군가 힘들고 지친 날엔 이
책으로 위로와 격려를 전하면 좋겠다.
한 장씩 뜯어낼 수 있는 엽서 55장에 시 55편이 실려
있는데(게다가 이 중에 6편은 나태주 시인 친필임!), 이 예쁜 엽서를 대체 어떻게 뜯어낼 수 있단 말인가! 한 장씩 뜯어 예쁘게 글씨도
쓰고 놓고 싶은 곳에 놓아두라고 하지만, 난 절대 못 뜯겠지. 이건 100% 소장각. 꼭 뜯어서 써야겠다면 한 권을 새로 들이는 수밖에 없을
듯한데 정작 그렇게 사 놓고도 아까워 못 뜯을 게 뻔하다. <다만 오늘 여기>는 소중한 사람에게 꼭 한번 선물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 손글씨 쓰는 걸 좋아하는 친구, 위로가 필요한 후배 등, 내가 느꼈던 이 감성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