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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평점 :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변두리 시장통, 그 깊숙한 곳에 고문 고시원이 있다. 이름 한 번 괴팍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이름은 공부의 문을 뜻하는 '공문 고시원'이었다는 사실. 매서운 태풍이 몰아치던 날, 허망하게 날아가 버린 '이응' 때문에 지금의 섬뜩한 이름이 완성됐다고 한다. 벽이 쩍쩍 갈라진 채, 죽음을 앞둔 초식동물처럼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고문 고시원. 살아있는 생명이라곤 더러운 해충과 곰팡이뿐일 것 같은 이곳에서 누군가의 삶은 계속된다.
책을 다 읽고 알았지만, 표지 삽화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든 여인은 분명 303호에 사는 '홍'일 것이다. 발 뻗고 눕기도 힘든 이 1평짜리 공간엔 손때 묻은 '홍'의 물건이 가득하고, 홍은 찬란한 내일을 꿈꾸며 잠시 쪽잠을 청한다. 그런데 빼꼼 열린 문으로 나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고.양.이.? 고시원에서 어떻게 동물을 키우나 싶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 고양이의 정체를 금방 알게 된다. 덧붙이자면 저 고양이는 착한 존재이니 많이 예뻐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