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삶을 은유하는 영화 그리고 여행
박준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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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여행에 담긴 영화 이야기' 혹은 '영화를 따라 떠난 여행 이야기'라는 정도. 책을 받고 바로 작가 소개글을 보니 낯익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책을 한창 많이 읽던 200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직접 구매하여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잘 먹고 잘살고 싶은 마음에 일에 치여 잠시 책을 멀리하는 동안, 박준이라는 작가는 책을 여러 권 냈구나. 오래전 우연이 인연으로 느껴진 순간이었다. <영화가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를 계기로 박준 작가의 이름을 머리에 새겼다. 우리 또 만나요. ^^

 이 책엔 27가지 영화 이야기와 그에 관련된 여행지에서 작가가 직접 보고 느낀 감성이 담겨 있다. 영화와 여행지는 '떠도는 사람', '세상의 끝, 혹은 시작', '바닷속의 수면', '달무지개 뜨는 밤', '바람의 색' 이렇게 다섯 개의 큰 가지로 나뉜다. 큰 가지 아래 대여섯 개의 작은 가지가 늘어선 구조.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닷속의 수면'인데, 아마 바다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이 동했던 모양이다. '세니띠스 - 떠도는 사람'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박준 작가는 4개의 여권에 5백 개가 넘는 도장을 찍었다는데, 아마 그냥 여행담을 썼다면 평범하거나 진부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다행히 주제가 있는 여행 에세이라 특별하고 개성 넘친다.

 

 

 

 글에 등장하는 영화마다 거의 보지 못한 작품이라 작가의 여정에 겹쳐지는 장면과 감상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철저하게 영화 위주가 아닌 작가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여 발걸음과 시선을 부지런히 쫓다 보면 어느새 그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리스본의 사랑스러운 그림책 같은 골목, 사이클 릭샤를 타고 달리는 인도, 춥디추운 일본 북단의 요다카 커피집, 금방이라도 혹등고래를 타고 바다를 누빌 것 같은 뉴질랜드 팡아라로 시공간을 초월한 즐거운 여행은 한참이고 이어졌다.

 영화에 흠뻑 취한 채 찾아가면 실망하기 일쑤라 영화에서 본 어느 곳이 좋다 해도 가보고 싶은 마음은 크게 들지 않는다는 작가. 나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장소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다 실망한 적이 여러 번이기에 어떤 마음인지 절로 이해가 됐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27편의 영화와 여행 기록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작가가 글로 남길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혹은 속상했던 곳이니 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끝나버린 여행이 아쉬워 박준 작가의 다른 책을 살펴보다가 <여행자의 미술관>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일 듯. 그래, 다음 여행은 그림이다!


★ 덧붙이는 글 (오타 발견)★
p50, 밑에서 두 번째 줄: 또 다른 먼가에 매달리셨겠죠. → 또 다른 뭔가매달리셨겠죠.
p131, 밑에서 다섯 번째 줄: 아랍세계의 수도이 문명의 중심지였다. → 아랍세계의 수도이 문명의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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