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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
김영돈 지음 / 다연 / 2018년 7월
평점 :

나는 Personal training, 소위 PT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헬스장에 가더라도 약간의 유산소 운동과 요가가 전부. 그래서 PT를 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를 읽으니 PT가 어떤 느낌일지 조금은 알 것 같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을 계기로 지금은 방송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그 호랑이 관장님처럼 김영돈 작가는 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느냐며 어서 쓰라고 강하게 꾸짖는다.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일단 쓰라고만 했으면 '에잇!'하고 책을 던져버렸을 텐데 지치지도 않고 한결같이 우직하게 책을 쓰라는 격려와 더불어 어떻게 홍보하고 대처해야 할지 일종의 작가 생존 매뉴얼을 대놓고 알려주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힘을 내게 된다.

자, 그럼 김영돈 작가의 글쓰기 PT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는 총 5개의 챕터로 나뉜다.
[챕터 1) 작가, 세상 밖으로 행진하라]: 책을 내라. 냈다면 이렇게 대처하라. 작가란 자고로 이런 것이다.
[챕터 2) 책, 닦고 조이고 기름 쳐라]: 사소한 경험이란 없다. 일단 글로 기록하라. 진심을 다해 쓰고 소통의 메신저가 돼라.
[챕터 3) 성공한 인생은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다]: 고미숙, 손미나, 김훈, 조앤 K. 롤링, 박웅현 등, 작가 11명을 살펴본다.
[챕터 4) 작가로 태어나는 일곱 계단]: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쓸지 갈고 닦는 시간. 초고에서 주의할 일곱 가지 포인트.
[챕터 5) 작가, 노래하며 춤추는 나비가 되라]: 저서는 자신에 대한 최고의 배려다. 부조리한 세상에 외치고 평생의 직업을 행동하라

거듭 말하지만, 책의 주제는 인생의 주제다.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을 기록하며 극복하는 것, 그것이 책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불안한 현실을 극복하고 지금 당장 '현존'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기록하자. 직장 세계에는 '백언이 불여일A4'라는 말이 있다. 이는 주제를 증명하는 기록 한 장이 백 번 말하는 것보다 낫다는 의미다. - p77
솔직히 <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라는 제목에 혹해서 뭔가 유쾌하고 담백한 에세이 혹은 하고자 하는 욕구를 슬쩍 불러일으키는 자기계발서일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거의 논설문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회전목마인 줄 알고 좋다고 탔다가 실은 자이로 드롭이었던 독서. 흔들리고 떨어지며 호되지만, 은근히 친절했던 김영돈 작가의 글쓰기 수업은 중간중간 좀 힘들긴 했어도 다 끝나니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실은, 아직 글을 쓰지 않았음으로 성취한 건 없는 셈이지만 말이다. 서평을 쓰겠다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아예 안 쓴 것도 아니려나?) 갑자기 전설 속으로 사라진 나의 애청 예능 무한도전이 떠오른다. 무한도전에서 우리의 하찮은 형, 박명수는 이렇게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다." 김영돈 작가도 비슷한 말을 한다. 꿈을 계속 묵히면 결국 회색빛이 된다고 말이다. 그래, 이 정도 혼나고 잔소리 들었으면 이제 나도 글이란 걸 써야겠다. 쓰자, 써! 각 장마다 마무리로 달린 '오늘의 박카스'라는 글귀를 보며 박카스가 남긴 최고의 유행어가 생각났다. "한 게임 더?" 근데 그 유행어가 왜 지금은 "글 한 편 더?"인 것 같을까나... 김영돈 작가의 글쓰기 PT 정말 효과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