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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수박 수영장> 작가 안녕달의 신작 <안녕>. 이 그림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 챕터 1 ★
한 엄마 소시지가 자기와 꼭 닮은 아기 소시지를 낳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진 몰라도 아빠 소시지는 등장하지 않아요. 아기 소시지는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죠. 아기 소시지가 할아버지가 될 무렵, 엄마 소시지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혼자 남은 할아버지 소시지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다 외로운 마음에 큰 곰 인형을 들여와요. 할아버지 소시지는 엄마 소시지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 챕터 2 ★
동네 애완견 가게에서 오래도록 팔리지 않던 강아지를 맡게 된 할아버지 소시지. 애처로운 마음에 데려오긴 했지만 이미 경험해본 이별 탓에 두려웠는지 처음엔 정을 많이 주지 않습니다. 조금씩 가까워지며 마음의 문을 열 무렵, 좋다고 할아버지 소시지의 발을 핥는 강아지에 놀라 할아버지 소시지는 우주복까지 입으며 강아지와의 접촉을 피합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할아버지 소시지와 강아지는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둘은 서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잘 살아요.
★ 챕터 3과 4 ★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 소시지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홀로 남겨진 강아지는 오래도록 외롭게 지내다 친구를 찾게 됩니다. 할아버지 소시지는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남겨두고 온 강아지를 애처로운 마음으로 지켜보죠. 그러다 강아지 곁에 친구가 있는 걸 보고 안심하게 됩니다.
대략적인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얼핏 보면 간단하고 평범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별다른 대사 없이 그림으로 전하는 메시지의 울림이 상당히 큽니다. 엄마와 자식이란 인연으로 만나 오랜 세월 행복하게 살다가 맞닥뜨린 피할 수 없는 이별. 자식을 두고 먼저 떠나는 엄마의 마음도, 남은 자식의 슬픔도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겪을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딸이 얼마나 슬퍼할지 상상하니 가슴이 저며서 결국 펑펑 울어버렸네요.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갑니다. 할아버지 소시지가 강아지와 가족이 되고 다시 웃음을 찾는 장면에서는 그동안의 슬픔이 잦아들고 다시 슬며시 미소지었어요. 하늘에 있는 엄마 소시지도 흐뭇하게 지켜봤겠구나 싶더군요. 할아버지 소시지마저 떠나고 혼자 남게 된 강아지. 주인이었던 할아버지 소시지가 돌아가신 걸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와 다름없는 강아지가 잠시 서운하기도 했지만, 외로운 마음에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을 보니 이내 안쓰러웠습니다. 마침내 친구를 찾아 행복해진 강아지를 보며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한시름 놓는 할아버지 소시지를 보며 '죽어서도 가족은 가족이구나.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세상에서든 서로 그리워하며 놓지 못하는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을 보며 이렇게 울고 웃다니, 차곡차곡 쌓이는 나이란 숫자와는 관계없이 제 마음은 아직도 여린가 봅니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그림을 통해 이렇게 담담하게 표현하며 진한 여운을 남기다니 놀랍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정선에서 슬그머니 감성을 어루만지며 큰 위로를 선사하네요. 태어나고 누구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만, 저승과 이승이란 다른 세상에서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단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펑펑 울고 나서 후련한 마음으로 부모님이 곁에 계실 때 제발 효도 좀 하자고 자책도 했네요. <안녕>을 통해 받은 위로와 감동 오래도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