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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평점 :

스웨덴어라는 전공을 살려 스웨덴으로 간 후, 린셰핑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며 조금은 다르고 아주 아름다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 <괜찮아지는 중입니다>의 작가 이야기다. 간절히 읽고 싶었다기보단 어떤 내용일지 살짝 궁금했다. 야무지게 머리를 틀어 올려 묶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에서 씩씩함과 동시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져 마음이 동했던 모양이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담백한 표지를 넘기자 안송이 작가의 이미 지나갔고 간혹 아프지만, 여전히 소중한 추억이 펼쳐졌다.
요즘 에세이를 좀 많이 읽었는데, 하나같이 느낌이 달라서 에세이야말로 작가의 개성과 감각 그리고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는 다른 에세이에 비해 유난히 편안하고 담담했다. 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일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자신이 겪었던 순간의 조각을 차분하게 기록한 느낌이라 아무 부담이 없었다. 이혼이라는 힘든 순간과 죽을 만큼 아프고 괴로웠던 찰나도 있었지만, 그녀 곁에는 늘 좋은 친구와 소중한 아들이 있기에 견딜만하고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느껴졌다. 이혼 후 찾아온 소중한 사랑 S와의 추억은 너무 따스하고 좋아서 두 사람을 전혀 모르는 나까지 치유되고 위로받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은 바로 선물이! 자폐 진단을 받았다는 작가의 아들인데, 글을 통해 만난 선물이는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엄마에게 곰살맞게 엉기고 애교도 부리는 탓에 '아들'이라는 성별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말 딸인 줄만 알았던 선물이. S가 크리스마스 때 헬리콥터를 선물했다는 부분에서 알아채야 했는데 그때마저도 '여자아이가 남자 장난감을 좋아하네?'라고 생각하며 넘겼더랬다. 아들인 걸 알고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한참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선물이가 아들이구나'라고 중얼거렸던 황당한 상황. 이 책에는 아이에게서 받는 위로와 사랑, 아이에게 베푸는 엄마의 사랑, 그 엄마와 아들을 아끼고 챙겨주는 친구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타국에서의 진실한 우정이 가슴 시리도록 감동적이고, 그런 친구들과 선물 같은 아이 덕분에 내일을 살아갈 힘을 내는 작가의 씩씩하고 즐거운 삶이 오롯이 어려 있는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과장이나 거짓이라곤 없는 솔직담백한 글을 읽으며 제목처럼 괜찮아지는 중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다행이다. '괜찮겠지'나 '괜찮아'가 아니라 '괜찮아지는 중'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