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카드 게임
제임스 패터슨 지음, 조은아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숨 막히는 탁한 공기 때문에 창문 한 번 열지 못한 채 며칠을 보냈다. 컴퓨터, 전등 그리고 사람이 뿜어내는 열기에 한여름인 듯 땀이 삐질삐질 흘렀지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딱 하나, 선풍기. (네, 아직 에어컨이 없습니다. ㅜㅜ) 열기를 식혀보겠다며 굳세게 회전하던 선풍기마저 골골거릴 때쯤 내가 손에 집어 든 책이 바로 [살인 카드 게임]이었다. 그렇다, 드디어 스릴러, 추리 소설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살인 카드 게임]은 스릴러의 거장, 제임스 패터슨이 쓴 소설로 그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아 현재 미드 [인스팅트]로 제작되어 지난 3월부터 방영 중이다.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니 드라마 제작은 어찌 보면 떼놓은 당상이었겠지만 실제로 책을 읽는 내내 이 작품은 꼭 영상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주인공인 딜런 교수가 수업하는 예일대 강의실에 매력적인 여형사, 엘리자베스가 불쑥 들이닥친다. 첫 만남부터 삐걱거린 두 사람은 카페에 마주 앉아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건 바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그 살인마는 딜런을 노린다는데... '범인이 기자에게 보냈어요'라며 엘리자베스가 딜런의 저서를 내민 순간, 딜런은 황당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지만 잔인하게 난도질당한 저자 사진(딜런의 사진)을 확인하자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과연 살인마는 딜런을 노리는 걸까?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사건 현장에 다음 희생자를 예고하는 카드를 남겨두고 광적인 살인 게임을 이어간다. 카드로 살인 예고장을 보내는 기행으로 인해 범인은 딜러라고 불리게 되는데...

"그리고... 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누구? 그 형사 말이니?"
"네, 엘리자베스요"

 살인마는 수사팀을 조롱하는 듯 차근차근 살인을 이어가고 모방 살인까지 벌어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주인공인 딜런에게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복선이 깔리기 시작한다. 과연 딜런의 정체는 무엇일까? 설마...?

 347쪽 분량의 [살인 카드 게임]은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거나 추리 소설처럼 기막힌 트릭이 등장하진 않지만,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적당한 복선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던 스토리는 엔딩을 앞두고 잠시 주춤하지만, 이내 속도를 올려 결말까지 한달음에 달려간다. 하지만 속지 마시라!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인 카드 게임]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읽을 명작이라 할 순 없지만 올여름 무더위를 달래줄 좋은 친구인 건 확실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검색창에 '미세먼지'라고 치니 지도를 온통 뒤덮었던 주황색 '나쁨'이 초록색 '보통'으로 돌아서 있었다. 며칠 만에 창문을 여니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속이 다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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