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리도 가난한 평민으로 태어나 왕국에서 평민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위인 공무원이 된 유진의 삶의 낙은 제국과의 다툼으로 무역이 허락되지 않는 이웃 공화국의 아이돌 팬질을 하는 것입니다. 소중히 모은 용돈을 덕질에 쏟아 붓는 그녀에게 그룹이 리더 '리한'이 공화국을 떠나 왕국에 귀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그것은 좋아하는 그룹의 해체와 같은 의미가 되기에 유진은 마냥 즐거울 수 없습니다.고아로 태어나 공화국에 헌신했던 리한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왕국으로 도망칩니다. 그 곳에서 만난 담당 공무원 유진은 모든 것을 서류화하는 것에 집착하는 융통성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건만 어째서인지 자꾸 의지하게 됩니다.국가도 다르고 사상마저 달랐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부족한 곳을 보듬으며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어가는 따뜻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소재랑 제목만 보고 현대물이라 생각해서 구매를 생각도 안 했었는데, 심지어 구입 후에도 초반부에 유진이 너무 덕질을 하는 모습에 공감을 못 해서 왜 샀나 후회도 했는데, 딱 요기까지만 더 읽어보자 하던 부분부터 폭발적으로 재미있어져서 4일을 끌던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어요.(독보적 어플 이게 편하네요. 4일 읽은 사실을 바로 확인 가능...)개인적으로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세계관은 취향이 아닌데, 이건 세계관의 문제라기 보다는 작가분들이 자신이 설정한 세계관 안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이었습니다. 헌데 꿈속의 기분 연작에서는 그 세계관이 설득력도 있고 일관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국제 정서랑 찰떡이라서 신선하기도 하고 읽기에도 편해서 좋았습니다. 강한 마력을 지닌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은 마력을 제어하는 황제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제국에서 마력을 빌려 쓰는 왕국은 왕권은 약하지만 국가는 비교적 안정되어 있고 제국에 마력을 빼앗긴 후 공화국을 선포한 섬나라는 마력 대신 과학이 발전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이런 특성 탓에 생겨난 세 나라의 갈등과, 이 세 나라와 연관된 주인공들의 미묘한 입장도 몰입감을 더해주었습니다.아무래도 세계관이 방대하고 사건의 스케일이 크니 로맨스는 비중이 좀 적지 않을까? 싶었으나, 전혀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솔로 콘서트...크으...달달함에 취한다! 리한이 유진에게 꿀처럼 단 사람이고 무뚝뚝하던 유진도 마음을 열면서 점점 달아져서 로맨스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유진은 서류 집착형 인간 같지만 사실 일 하다 보면 루틴화의 중요성, 제대로 된 선례의 감사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처리 잘 하는 유진이 너무 멋졌고요, 특히 혼란한 격변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할 일을 하는 모습은 아주 존경스러웠습니다. 앞서 싸우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유지하는 사람의 중요성 역시 무시할 수 없겠죠.초반엔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남주 리한에게 불만이 있어서 남자사람친구에게 주식투자를 할 뻔 하였으나 유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모습에서 바로 마음 굳혔습니다. 유진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바로 알아볼 정도로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리한도 멋짐 폭발이었어요.똑소리나게 일 잘하는 여주와 그런 여주의 특별함을 알아준 남주.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려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투표합니다
이카넬 작가님의 <기다림의 끝> 추천합니다.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로판인데다 회귀나 책빙의 아닌 정통 로판이에요. 로맨스 보다는 사건이 중심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여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많이 표현되진 못했지만 남주의 절절한 사랑도 찐해서 좋았고요.
의붓 아버지의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결혼을 택한 그녀, 올리비아는 다정한 남편의 보호 아래 행복한 3년의 시간을 보내지만 둘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유산되고 더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그녀를 방치한 뒤 정부를 들인 남편 탓에 7년간을 괴로워 하다가 이혼을 결심합니다.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사랑을 주고받아본 적 없는 남자, 레너한은 거한 입덕부정기를 거치며 못할 짓만 다 하다가 순종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이혼통보에 당황하고 맙니다. 고아로 태어나 가진 것이 없어 지킬 것도 없었던 남자, 빈센트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 주었던 소녀의 말을 의지하여 살아오다 드디어 운명적인 그녀와 재회하게 됩니다. 보통이라면 부유한 가문의 잘생긴 남자 레너한이 주인공일 것 같은데(특히 둘이 사랑하긴 했었다는 것이 포인트!) 다행히도 후회남은 후회만 하며 물러나게 됩니다. 그래도 1권 읽을 때는 남주가 누구인지 확신을 할 수 없어서 좀 쫄았는데, 워낙 방어를 잘 하는 대형견(인가 늑대인가!)의 가드가 훌륭해서 뒷부분은 마음 놓고 읽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대배경이 워낙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였던지라 올리비아가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근성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주의 조력이 조력으로 끝나는 부분도 좋았고요. 남주의 도움이 지나쳐서 여주는 휘둘리기만 하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빈센트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구분을 잘 짓는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남주였습니다. 그에 반해 레너한은 뒤로 갈수록 지질해져서 슬펐어요. 버린 떡도 크면 좋으련만! 얘는 버림받자마자 쉰 떡이 되어버려서...(마지막은 좀 멋지긴 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요.) 앞부분의 갈등구조가 단순한 것 같아서 이야기가 4권이나 될 정도로 내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스케일이 커졌어요. 덕분에 읽는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중후반부까지 이야기 흐름이 무너지지 않고 탄탄한 전개를 보여서 좋았습니다. 4권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 보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사건을 더 크게 다루었는데, 로맨스의 깊이는 외전쪽이 더 깊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지만 둘의 2세 이야기까지 꽉찬 해피엔딩이라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