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만 사람을 살갑게 대하지는 못하는 성격의 서이현은 입학실 첫날부터 도서관을 찾았다가 자신처럼 도서관에 방문한 괴짜, 강선우를 만납니다. 어쩐지 편한 인상의 선우와 급속도로 친해진 이현은 점점 선우가 있는 생활에 익숙해지게 되는데...숨이 막힐 것 같은 가정사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에서 위안을 받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어요. 한 쪽이 처지거나 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향해 마음을 주는 모습이 정말 예뻤습니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그 나이라서 예쁠 수 있는 모습들을 잘 잡아 내서 표현한 이야기라서 '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하며 엄마 미소 지으면서 읽었습니다.순수한 시절의 두 사람은 손만 잡아도 볼이 붉어 지는데 그게 참 예뻐서 야한 것을 보고 싶은 어른의 욕망을 아쉽지만 눌러야 했는데, 재회물이라 그 부분도 아낌없이 충족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음 고생을 많이 했던 두 사람이지만 이제는 손 꼭 잡고 잘 살 것 같아서 흐뭇한 이야기였어요.
여자는 교수, 남자는 의사.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지만 알맹이는 텅 비어 있었던 결혼생활은 채 4년을 유지하지 못했고, 서로의 마음이 멀어진 것을 확인한 남자는 이혼을 요구합니다. 생일날 혼자가된 여자는 친정 가족과 함께 살 집의 리모델링을 위해 건축사 사무소를 찾고, 그곳에서 10년 전 연인이었던 남자와 재회하게 되는데...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두려워 관계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여자와,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없어서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남자의 진지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 입니다. 이미 한 번 이혼한 경력이 생겨서 잠시 거리를 두고 싶었던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남자의 매력이 이야기 초반부를 끌어간다면, 이야기 후반부는 여자의 각성이 끌어가는 균형 덕분에 두사람의 매력을 골고루 알아갈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학생 때 만나서 헤어진 뒤 성장해서 재회했기 때문에 회상 씬의 두 사람은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을 하고, 현재의 둘은 진지하고 가벼울 수 없는 사랑을 하는데 그 둘의 무게도 중심을 잘 잡아 균형미가 돋보였고요. 철학적인 소제목과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철학책의 인용 문구들이 가슴을 선덕하게 했지만(문과인데 몰라서 문송함) 덕분에 가벼울 수 없는 두사람의 사랑에 진지함이 더해져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