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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 양쪽의 세계
권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양쪽의 세계라는 암보스문도스.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감이 오지 않았다. 첫장을 펼치자 "이책은 여행기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마치 여행기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고 읽어라, 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여행기를 여행기답게 쓰지않아 여행기스럽지 않다는 내용일까? 세계를 떠도는 여행이 아닌,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책의 제일 뒷장을 펼쳐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 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야,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 코너에 놓아야 할지, 철학 코너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코너 사이의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두어야 할지 토론이 벌어져도 괜찮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의 장르를 말해보라면 주저않고 여행기라 말하고 싶다. 비록, 사진한장 없는 여행기이지만, 사진이 없음으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하고 생각할것도 많지만 말이다.
처음 책을 펼쳐들고 프롤로그를 읽을땐 이 책이 마치 철학책 같이 느껴졌다. 작가의 심오한 내면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들이라 조금 긴장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작가의 여행중 마주한 에피소드들이 남의일 같지만은 않아 점점 몰입이 되어 읽었던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의 "소요"라는 소제목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小搖(작을소, 흔들요), 騷擾(근심스러울요, 어지러울요), 逍遙(거닐소, 멀요), 나는 여행 중에 세 개의 소요를 반복했다. 육체와 정신 안에서 작은 흔들림이자, 산책이자, 떠들썩한 소동이 번갈아 일어난 30년의 여행. 나는 나에게 좌절과 불가능과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었던 세계들을 용서하는 힘을 기르기로 했다. 내가 나 자신을 버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수없이 나와 세계의 충돌은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266쪽) 작은 흔들림과 떠들썩한 소동과, 산책을 번갈아 해왔던 작가의 지난한 여행의 시간들이 고스란이 느껴지는듯 했다.
단 한장의 사진도 없는, 기나긴 글들만 잔뜩 실려있는 여행기. 정말 여행기 스럽지 않은 여행기. 작가는 절대 여행기가 아니라 말하지만 그래도 나에겐 여행기라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책 암보스문도스. 어딜가든 카메라는 꼭 끼고 다니는 여행. 지금 나 역시도 그런여행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카메라에 풍광을 담는데만 정신이 팔려 실로 제대로된 그 지역, 그곳의 세세한 내막을 모르고 지나칠때가 많다. 오로지 보여지는 그런 여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권리 작가의 이 책에는 여타의 여행에세이에서 접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일테면, 한 나라의 문화, 역사, 전통등과 연관된 오래된 이야기라든지, 작가가 존경해 마지 않는 또다른 작가의 책속 내용과 연관된 내용이라든지...뭐, 그런.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여행에세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걸 느꼈던 부분들도 있었다. 오소희 작가의 "사랑바보"에 나왔던 한 장면인 길거리의 저글러라든지, 테오님의 여행에세이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에서 보았던 볼리비아에서 만난 침뱉는 동물(이름이 생각이 안난다)이라든지...다른 작가의 여행에세이에서 접했던 나라와 풍경을 이 책에서 발견했을땐 왠지 반갑기 까지 했다. 각자의 작가들이 글을 쓰는데 다른 색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보는 눈이 같을 때도 있구나, 하는..새로운 형식의 여행기를 이 책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느끼며 읽었던것 같다.
전 언제나 두 세계 안에서 머뭇거리고 있어요. 인간의 삶은 느림과 빠름, 겉과 안, 멜랑콜리아와 알레그리아, 디 두 세계의 조화 속에서 완성된다고 믿어요. 그리고 언제나 그 양쪽의 세계를 오가며 살고 싶은데 어떡합니까? (에필로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