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바보 - 대양 육대주에서 만난 사랑하는 영혼들과의 대화
오소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에세이로만 만나왔던 오소희작가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화들짝 기뻐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것도 아닌데, 단지, 제3세계를 여행하며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그곳의 생활상을 풀어나간것 뿐인데 그녀의 책을 읽으면 왠지모를 경외감(?)이 든다.   같은 엄마의 입장이여서일까.  세돌이 된 아가를 데리고 오지로의 여행이라니! (이 부분은 특별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그래서 일까?  여튼, 그녀의 도전기는 항상 읽을때마다 내 가슴속에 고히 잠든 무언가를 툭툭 건드리며 잠에서 깨우곤 했었다.   그래서 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항상 웅크린 내안에 그 무엇이 누군가가 건드려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듯,  그녀의 책은 그렇게 내게 삶의 활력이 되기도 했었다.  이번 책 역시 기대감 가득안고 펼쳤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일까? 그동안 만나왔던 그런책이 아니여서 였을까? 아니, 어쩜 내안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미 말라버렸기 때문일지도...
 
 
     "사랑바보"는 여행지와 사람사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작가가 오대양 육대주를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이다.  청춘의 사랑, 중년의 사랑, 노년의 사랑, 자기애, 모성애, 동성애... 사랑은 어느하나 부끄러울것도 하찮을것도 없다.   사랑한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더없이 소중한것이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검은 차도르로 온몸을 감싸고 코란을 읽으며 오직 신만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수 있다는 독실한 무슬림아가씨 달랄.   차도르가 답답하지 않냐, 예뻐지고 싶고, 멋을 내고 싶지안냐, 사랑을 하고 싶지 않냐는 작가의 물음에 달랄은 "이대로 충분히 만족해요. 신께서 제 안에 계시기 때문이죠. 제안에 있는 아름다움이야말로 견줄 수 없는 아름다움이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더니,  작가와의 대화끝에 10년넘게 혼자 짝사랑한 사람이 있다는걸 밝히는 달랄.  작가가 버스에서 만난 달랄이라는 아가씨의 사랑을 보며, 그 표현방식이 조금씩 다를순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나라, 어느종교, 남녀노소 할것없이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환부가 환부를 어루만지는 일이다.  못나고 아픈 내가 못나고 아픈 당신을 어루만지는 일.  내가 조금 더 아플 때 당신이 나를 어루만지고, 내가 덜 아플 땐 당신의 아픔을 돌보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함으로, 때때로 나는 당신을 돌보느라 나의 아픔을 잊는다. (255쪽)
 
   
사랑의 시작은 서로를 탐닉하고 느끼는 사랑일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사랑이 퇴색했다고 느낄때쯤의 사랑은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이 되어줄수 있는 그런 사랑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사랑이야 말로 서로를 위할수 있는 진정한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책을 통해 늘 느끼고 있지만, 다시금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사랑의 정의.  정답이 없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여행중 만난 사람들과의 훈훈한 대화들을 통해 느끼는 사랑의 여러방법들을 보며, 눈으로 보는 여행도 좋지만 귀로 듣는 여행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행이란, 생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요구한다.  잠시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떠나지는 것이다.  불편하지만 이대로 모르는 체 가면 그럴듯하게 채워질 이력서의 한 칸을 비워내는 것. 불편하지만 이대로 모르는 체 가면 손가락질 받지 않을 일상의 연속성을 깨는 것. (114쪽)  일상의 모든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