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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미궁호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6
야자키 아리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평점 :
참 색다른 책을 읽은것 같다. 어찌보면 평범한 내용인데, 그 발상의 차이로 인한 등장인물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인물을 파헤치고(?)싶은 욕구랄까..뭐, 그러한 욕구를 자극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 특별한 등장인물이 바로 표지속의 핑크돼지이다. 이름은 야마자키 돼지돼지씨!! 돼지돼지씨는 핑크색 봉제인형이면서 해변가의 오래된 고급호텔의 버틀러(집사)이다. 봉제인형이 말을한다! 그리고, 그 봉제인형을 본 사람들은 안풀리던 일들이 술술 풀리고, 안 써지던 글들이 술술 써진다. 이 얼마나 동화같은 내용인가!! 하하. 하지만 그 끝은 그냥 평범했다. 특별히 뭘 바란건 아니었지만, 봉제인형은 그냥 봉제인형일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런 봉제인형!!
책속에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단편인듯 하면서도 연결되어 물흐르듯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모두 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들중 돼지돼지씨를 만나며 일어나는 변화들을 얘기한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 꿈을 가진 사람들이 돼지돼지씨를 만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진정 돼지돼지씨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봉제인형이 말을하고, 걸어다니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역시나 소설속에만 나올수 있는 이야기구나 생각되었지만, 모든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들하지 않는가.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난 지금은 그 봉제인형이 내 맘속에 또다른 자아가 아닐까 하는 부풀려진 생각을 갖기도 해본다.
돼지돼지씨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10년 이상 이어져온 장수시리즈라고 한다. 작품만해도 벌써 열두권이나 출간 되었다고 하니 일본에서는 그 인기를 실감할수 있을것 같다. 앨리스의 미궁호텔에서는 돼지돼지씨가 버틀러로 등장했지만, 다른 책들에서는 백화점 아르바이트 산타클로스나 요리 선생님, 형사, 심지어 호스트 등으로 까지 등장한다고 한다. 모든 책들의 내용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책들속에 등장하는 돼지돼지씨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기적을 선사하는 멋진 돼지 봉제인형이 아닐까?
힘든 사람앞에만 기적적으로 나타나는 돼지돼지씨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동화같은 등장과 행복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나까지 행복해하며 재밌게 읽었던것 같다. 단지, 마지막 부분의 거의 한챕터를 호텔행사의 차원으로 상연된 돼지돼지씨가 이아고로 출연한 세익스피어의 희극 "오셀로"의 내용을 너무 길게 실어 놓은 작가의 의도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역자는 이 부분으로 인해 앨리스의 미궁호텔이 다른 시리즈와는 차별된 이색적인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건지.... 아! 그 연극의 상연으로 인해 그동안 호텔을 방문하면서도 돼지돼지씨를 보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돼지돼지씨를 보게 됨으로서 모두 행복해 진다는 얘긴가..? 암튼, 뭐 한번쯤은 내 맘속에 돼지돼지씨를 떠올려 보며 행복한 마음을 느껴봄직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