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이 인도차이나 -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
정숙영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먹고 살아야 하니 일은 해야겠고....

여행 가고 싶어서 마음은 자꾸 들썩이고....

 

그래서 떠난다.  할 일들은 배낭에 싸 짊어지고.  다행히 작가는 우리같은 직장인이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할수 있는 번역이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책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2006년에 출간된 그녀의 책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이라는 책은 직접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은바, 유쾌한 글솜씨로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던 말이 틀린말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녀가 여행하며 겪었던 작고 소소한 실수와 에피소드들은 마치 그녀앞에 턱바치고 앉아 쫑알쫑알 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여행에세이라는 이유도 있을터, 그녀의 글솜씨가 유려하다 할순 없지만,  그녀와 대화를 하는듯 친근한 문장들이 내맘을 홈빡 빼앗아 버린듯 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지? 취재를 위한 여행은 여러 차례 떠났지만, 작업을 위한 여행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해볼만한 것 같았다.  일을 벗어날 수 없다면, 공간만이라도 벗어나는것.   아아, 그러고 보니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사잔 올 스타즈의 음악을 들으며 원고 작업을 하는 것.  이건 글쟁이의 여름낭만 그 자체 아닌가. (19쪽)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와 함께하는 원고작업! 생각만 해도 가슴뛸만큼 행복한 일인것 같다.  그녀는 그 꿈에 부풀어 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특기인 무플랜여행! 그야말로 자유여행인 거다.  이곳에서 몇박을 하고, 저곳에 가면 그것을 꼭 봐야하고...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등의 인도차이나를 여행하며,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나면 몇일을 더 머물고 내일은 어디가야할지 정해지지 않은 그런여행.  일테면, 사전지식없이 찾았던 라오스의 돈뎃이라는 섬은 하루에 단 세시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곳이다.  그녀의 작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전기인지라 세시간밖에 전기를 쓸수 없다는 말을듣고 다음날 떠나려 했다가, 그날 저녁 발갛게 물드는 노을이 너무 이뻐서 하루를 더 묵는다던지 그런.  비록 문화의 혜택을 맘껏 누릴수 있는 그런 도시들이 아니라 비좁은 버스를 타고 열시간 넘는 시간을 다리도 못펴고 앉아서 여행해야 하는 불편함,  개미떼에게 식사를 빼앗기는 어이없음, ATM을 찾지못해 수중에 단 1달러도 없이 여행하는 순간들도 있지만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여행하는 동안 가장 '여행답게'느끼는 순간은 바로 걸을 때가 아닐까 싶다.  멀지 않은 곳에 목적지를 정해두고 슬금슬금 느릿느릿 걸어가는 시간. 내 발로 직접 지면을 밟고, 코로 그곳의 공기를 숨쉬며, 눈으로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그곳의 풍경을 담는다. 야트막한 시골집들, 황톳빛으로 흘러가는 우기의 개울물, 키 큰 나무들, 숲과 공동묘지, 논과 밭, 비닐하우스...(339쪽) 우리는 항상 편하고 좋은 잠자리, 볼거리 많은 문명화된 여행지를 많이 선택한다.  하지만, 또 누구나 가끔은 이런 제3세계의 오지같은곳을 여행해보고 싶어하는 로망을 갖고 있다.  이런곳으로 여행을 가면 불편함과 고생을 감내해야 하는 단점도 있지만,  왠지 나만을 위한 여행이란걸 느낄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숙영작가의 위트있는 글들이 너무 맘에 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