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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어려서 부터 정말 많이 들어온 이름. 모태신앙이고 유아세례를 받은 나에게 그 이름은 늘 항상 내 곁에서 숨쉬고 있었던것 같다. 주로 놀던곳이 성당이고 함께 어울리던 사람이 성당 친구들과 수녀님들 이었으니.. 그러나 정작 해인수녀님의 책을 손에쥐고 완독을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누군가 좋다고 들려주는 수녀님의 싯구를 많이 들어봐와서 익숙해졌달까? 왠지 이 책은 꼭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한 책이다. 꽉짜여진듯한 소설들에 지쳐갈때쯤, 마음둘곳 없을만큼 이 사회에 지쳐갈때쯤, 늘 곁에 두고 읽어보면 좋을 그런 책. 해인수녀님의 따스한 마음이, 그 마음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을 만큼 포근히 내 맘을 다독여 주는 그런 책이었다.
늘상 절제와 극기를 미덕으로 삼는 수도자의 신분이다 보니 그동안 감탄사를 너무 많이 아끼며 살아온 듯하다. 어린 시절의 그 밝고 긍정적인 감탄사를 다시 찾아 나의 남은 날들을 더 행복하게 가꾸어 가야겠다. 한숨을 웃음으로, 거친 말을 고운 말로, 불평을 감사로, 무감동을 놀라움으로 바꾸어 날마다 희망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 '좋다' 수녀가 되리라 마음먹으며 활짝 웃어 본다. (17쪽)
일상의 나날들과 누군가를 위한 기도들, 묵상...수녀님의 책에서는 모든이야기들이 기도같기만 하다. 도란도란 주님과 나누는 다정한 기도. 3장에서는 수녀님이 2010년 한해동안 매일매일 짧게 쓰신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병마와 싸우고 계신 힘든 육신을 일상의 일들로, 주변을 돌아 보시는 일들로 소일하시며 잊어가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오직 수녀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신의 몸도 아프신데 더 힘드신 분들을 꾸준히 찾아 뵙고 좋은 말씀 함께 나누시며 그분도, 수녀님본인도 힘듦이 잊혀지면 얼마나 좋을까? 2010년 일기들 속엔 선종하신 수녀님이 세분이나 계셨다. 그 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지켜보는 수녀님 마음이 어떠했을지...부디 약해지지 마시고 건강을 회복하셨음 좋겠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못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다름을 머리로는 '축복으로 생각해야지.' 결심하지만 실제의 행동으로는 '정말 피하고 싶은 짐이네.' 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갈등도 그만큼 심화되는 것이리라.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24쪽)
사랑하는 수녀님, 봄빛 같은 수녀님이라고 하신 신경숙님이 어쩜 그리 잘 표현을 하셨는지, 해인 수녀님과 수녀님의 글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정말 봄빛에 일렁이는 큰 나무의 나뭇잎같이 싱그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위안이 된다. 나를 위로를 해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듬는 그 글들을 보는 자체 만으로 나에게 위안이 된다. 중학교시절 부터 시를 쓰셨다니 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컷을지 상상이 간다. 우리가 즐겨 드나드는 <민들레영토>라는 곳이 1976년 발간된 수녀님의 시집 제목이라는걸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2008년 발간된 <작은기쁨>이란 시집이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 있는데, 오늘은 그 시집을 꺼내어 읽어 보아야 겠다. 암투병으로 지금은 부산에서 휴양하고 계시지만, 만인을 위해 열린 수녀님의 마음만은 항상 맑고 건강하시리라. 얼른 쾌차하셔서 이제는 만인들로 부터 더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셨으면 좋겠다.
좋아하시는 분들의 사진과 그분들과 함께한 글들이 있어 더욱 좋았던...



